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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중국, 빨강색에서 녹색으로 변신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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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중국, 빨강색에서 녹색으로 변신 몸부림

입력
2010.10.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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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보존이 발등의 불" 중국 녹묘론을 외치다

우리 머릿속에 각인된 중국의 이미지는 오성홍기와 홍위병 그리고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상징되는 강렬한 붉은색이다. 녹색은 왠지 중국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색깔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이 변하고 있다. 빨강색에서 녹색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는 게 좋은 고양이"라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펼쳤다. 그러나 지금은 쥐를 잘 잡더라도 녹색이 아니면 소용없다는 '녹묘론(綠猫論)'이 득세하고 있다.

에너지의 70%를 석탄으로 충당하는 중국은 2007년에 이미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이 되었으며,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소비량에서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위가 되었다. 이로써 중국은 막대한 자원소비로 전 지구적 차원의 자원 부족 및 가격상승, 환경오염 등을 초래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중국은 원유 수입의존도가 이미 50%에 달하고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 20곳 중 16개가 중국에 있을 정도로 고도성장에 따른 에너지 부족 및 환경파괴가 심각한 지경이다. 9월초 발표된 중국 베이징대 연구에 따르면 1960년 이후 50년 동안 중국의 기온이 평균 1.2도나 높아졌다고 한다. 이제는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환경과 삶의 질까지 동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며, 최근에는 오히려 경제성장을 좀 희생하더라도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회의를 앞두고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당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하고 비(非) 화석에너지 비중을 15%로 높이겠다고 발표하였다. 이같은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저탄소제품 장려, 신재생에너지 육성,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에너지 절약 및 저탄소건축 개발, 저탄소 생활방식 보급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는 태세다.

녹색 분야에 있어서 중국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교토의정서 상 탄소감축 프로젝트인 청정개발메커니즘(Clean Development MechanismㆍCDM) 시장의 경우 중국이 이미 70%를 점유하고 있다. 아울러 2005년부터 본격 추진되었던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최근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태양전지 분야는 2007년 세계시장 점유율 26%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1위가 되었으며, 풍력시장 또한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아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투어 진출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지분을 보유해서 유명해진 중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비야디(比亞迪ㆍBYD)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전망도 매우 밝은 편이다.

그러나 중국의 저탄소경제 정책 추진 방식은 자발적 시장원리에 따르기보다는 목표달성을 위한 강제 집행에 더 의존하고 있다. 지난 8월 18개 산업에서 총 2,087개의 기업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9월 들어서는 에너지 절감목표 달성을 위해 철강 등 일부 산업에 아예 전력공급을 중단해버렸다. 이러한 조치는 생존을 위해 환경 및 자원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중국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이 진정으로 녹색으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려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탄소감축에 나설 수 있는 환경조성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예컨대 2008년 탄소거래를 활성화기 위해 베이징, 텐진, 상하이 등에 환경거래소가 설립되었지만 아직은 그 기능이 미미하고, 기업의 탄소관련 업무를 금융측면에서 뒷받침해야 하는 탄소금융 분야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우리로서도 최대의 교역대상국이자 이웃나라인 중국이 생존을 위해 녹색대국으로 변신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현실을 그저 지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이미 중국은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과의 녹색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녹색강국으로 부상하는 것도 두렵지만, 실패해서 녹색괴물 '헐크'로 변하는 것은 더욱 머리 아픈 일이다.

녹색대국, 중국이라는 거대한 용의 등에 올라타기 위해서 지금부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김진용 한국은행 북경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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