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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잘못된 높임말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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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잘못된 높임말 진화

입력
2010.10.0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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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인터넷 등에서 발견하는 요즘 군대용어는 희한하다. '~다.' '~나' '~까'로 끝나는 말투는 예전 1970~80년대 군에도 있던 것이어서 별로 특별할 건 없다. 명령과 복종이 지배하는 군 문화에서는 의사 전달이 딱 떨어지게 분명해야 하니까. 암만 들어도 재미있는 것은 "~이지 말입니다"다. "축구하지 말입니다." "잘못 들었지 말입니다." 등등. 용례로 추정컨대 청유형, 의문형 말에 주로 쓰이는 것 같다. 상관, 상급자에게 "~요"라고 하기가 왠지 건방져 보일 것 같아 높임을 강조하다 무리하게 변형된 어투로 보인다.

■ 높임말의 마구잡이 진화현상은 군대를 넘어 사회 곳곳, 특히 서비스업종에 만연해 있다. "3만원 나오셨습니다." "사이즈가 없으십니다.""사용 후엔 교환이 안 되십니다." 등은 어느 매장에서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투다. 물론 기존 어법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다. 공대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사물인 때문이다. 처음엔 대단히 거슬렸는데 하도 듣다 보니 점점 그러려니 돼간다. 도리어 "3만원입니다" "교환이 안 됩니다"가 생경하게 들릴 정도다. 종종 지적돼온 문제지만 우리말의 왜곡변형이 워낙 급하게 진행돼 다시 한 번 예를 들었다.

■ 비슷한 맥락으로 호칭의 인플레현상도 있다. 모두가 '고객님'이고 '주부님'이다. 고객이나 주부는 불특정 일반인 다수를 가리키는 말이어서 애당초 '~님'을 붙일 대상이 아니다. 90년대 이후 직업인 호칭도 대대적으로 바뀌었다. 성인남자를 지칭하는 '~부(夫)'는 직업인을 뜻하는 '~원(員)'으로 바뀌었고, 원래 '~원'을 쓰던 직종은 스승을 의미하는 '~사(師)'로 더 격상됐다. 예를 들어 광부→광원, 간호원→간호사 식이다. 더욱이 실제 대면해 쓸 때는 여기에 '~님'을 또 붙인다. 예외는 있다. 기자는 예나 지금이나 그저 놈(者)이다.

■ 앞에 든 군대나 서비스업종의 이상한 말투는 시급히 교정돼야 하지만, 남을 높이는 존중의식의 성장이야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언어란 현실의 반영일진대, 지나친 공대형 언어현상은 도리어 현실의 역설적 반영에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는 우리사회에서 존중과 배려가 갈수록 퇴색하고, 이기주의적 배타적 문화만 확산되는 게 현실 아닌가. 지금의 높임 언어에서 진정성이 아닌, 당장의 목적을 위한 얄팍한 계산속이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글날 아침, 점점 명실이 분리돼 가는 우리말의 위선적 진화를 씁쓸한 심정으로 생각해 본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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