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에는 음악이, 창극에는 연극적 어법이 가득하다. 베토벤의 생을 그리는 신시컴퍼니의 연극 ‘33개의 변주곡’에는 악성의 작품이, 버전업된 춘향전에는 첨단의 연극적 장치가 따른다.
신시컴퍼니의 ‘33개의 변주곡’은 베토벤의 걸작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의 변주곡’이 뼈대로 받치고 있다. 루게릭병에 걸린 음악학자 브랜트가 베토벤의 말년을 되짚어 가며 과거의 열정을 되살려내는 풍경을 그린, 지난해 브로드웨이 초연작이다. 범상한 왈츠곡이 걸작으로 승화되는 과정은 곧 무력한 주인공이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는 깨달음의 여정이다.
변주곡 작곡 시점이 베토벤의 청각 상실 시기이기도 하다는 전기적 사실과 극중 현실이 맞물리면서 무대의 긴장은 더해진다. 단순한 왈츠를 복잡한 변주곡으로 만들어내는 데 진력하는 베토벤(박지일)의 모습은 음악학자(윤소정)의 내면에 불을 지른다. 악보 출판업자(이호성), 베토벤의 비서(박수영) 등 실존 인물들이 사실성을 더한다. 원작의 지시에 따라 모두 33개 소품 중 25곡이 틈틈이 라이브로 연주된다.
드라마터그 김경진씨는 “중후한 피아노 곡이 상황과 줄거리에 맞게 배치돼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며 “33개의 상황이 33편의 소품과 대화하듯 얽혀 들어간다”고 말했다. ‘장엄 미사곡’ ‘교향곡 제 9번 운명’ 등 베토벤의 대표작에서 따온 소절도 요소에 배치, 클래식의 아취와 극적 상황이 어떻게 맞아떨어지는지를 지켜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진행에 맞춰 베토벤의 필사본을 영상으로 내보내는 등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시각적 시도도 더해진다. 15일~11월 28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766-3390
한편 국립창극단의 ‘춘향 2010’은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무대 양쪽에 셔터막을 설치하는 등 연극적 장치를 원용, 이 시대와 눈맞춘다. 입담 대목에는 비보이가 나와 전통 놀이판을 새롭게 살려낸다. 14~1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5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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