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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노벨문학상 수상, 기다림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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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노벨문학상 수상, 기다림 줄이려면…

입력
2010.10.0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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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노벨문학상이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에게 돌아갔다. 이 상의 107번째 수상자다. 1945년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칠레) 이후 남미 작가로는 여섯 번째다. 여러 해 후보로 거론됐던 한국 시인 고은이 탈락한 데 아쉬움을 느끼는 한편으로, 남미 문학의 저력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전문가들은 식민지배와 군부독재를 겪은 남미의 역사적, 정치적 경험이 문학적 자양분이 됐다고 본다. 그로 인한 정신적 외상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문학적 성취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는 네루다, 마르케스, 옥타비오 파스 등 노벨문학상을 받은 다른 남미 작가들에게도 모두 통하는 분석이다.

한국은 일제강점기, 전쟁, 분단, 군부독재를 거쳤다. 역사적 경험의 부피를 따지면 남미못지않다. 군부독재에 저항하면서 생성된 민중가요와 민중미술,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장대하게 그려낸 대하소설 등 우리에게도 시대를 뚫고 가는 문학과 예술의 뚜렷한 성취들이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릴 훌륭한 번역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노벨문학상은 사실 작품성을 평가하는 작품상이라기보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인류에게 얼마나 공헌했나를 따지는 공로상이다. 문학상은 ‘이상적인 방향에서’ 인류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주라는 것이 노벨상을 만든 노벨의 뜻이었다.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가 군부독재를 옹호한 전력 때문에 이 상을 못 받고 있다는 분석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다.

노벨문학상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다림이 너무 오래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바치는 정당한 경의가 될 것이므로.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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