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전 명인전이 37기를 거치는 동안 정상에 오른 기사는 오직 여섯 명 뿐이다. 조남철 김인 서봉수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자타가 인정하는 당대 최고수들이 차례로 ‘명인’을 차지했다. 이제 38기를 맞아 또 한 명의 새로운 강자가 역대 명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우승상금 1억원이 걸린 제38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 5번기가 ‘원펀치’ 원성진과 ‘소신산’ 박영훈의 맞대결로 판가름 나게 됐다. 원성진은 준결승전에서 강동윤을 2대0으로 물리쳤고 박영훈은 전기 우승자 이창호에게 2대1로 승리, 결승에 올랐다. 원성진과 박영훈은 1985년생 소띠 동갑으로 최철한과 함께 어릴 적부터 ‘송아지 삼총사’라 불리며 바둑계의 주목을 받았던 신예강자로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따라서 이번 명인전 결승 5번기는 반상의 ‘황소 싸움’이 된 셈이다.
원성진과 박영훈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만나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계속해 왔다. 입단은 원성진이 빨랐다. 1998년에 입단한 원성진은 이듬해 신예기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몇 차례 계속 준우승에 머물면서 주춤하는 사이 박영훈이 성큼 앞서 나갔다. 1999년 입단한 박영훈은 2001년 천원전 우승에 이어 2004년에는 후지쯔배를 차지하는 등 그동안 세계대회서 3회, 국내기전서 11번이나 우승했다. 이에 반해 원성진은 2007년 천원전 우승이 유일한 본격기전 우승 기록이다.
서로 간의 맞대결에서도 박영훈이 크게 앞선다. 우선 통산전적에서 10승6패로 우세를 보이고 있으며 두 선수의 유일한 타이틀매치였던 2008년 GS칼텍스배 도전 5번기에서는 박영훈이 3대0으로 승리했다. 올해 명인전 본선리그에서도 박영훈이 이겼다.
하지만 원성진은 최근 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무려 21승2패를 거둬 90%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명인전 결승 5번기에 앞선 전초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7일의 GS칼텍스배 도전자 결정전에서 박영훈에게 승리함으로써 한껏 기세를 올렸다.
명인전 결승 5번기 제1국은 23일 낮 12시부터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재작년에 처음 명인전 본선에 진출해서 3위를 했고 작년에는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이 삼세 번째 도전이므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원성진) “올해 첫 본선 진출에서 운 좋게 결승무대까지 밟았으므로 내친 김에 우승까지 하겠다”(박영훈) 결승전을 앞둔 두 선수의 임전 소감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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