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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 달군 검은 눈의 '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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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 달군 검은 눈의 '로미오와 줄리엣'

입력
2010.10.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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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신관.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의 막이 오르자 검은 눈동자의 생경한 무용수들이 러시아 관객들 앞에 섰다. 한ㆍ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볼쇼이 발레단과 합동 공연에 나선 김주원, 김현웅씨 등 한국 국립발레단 단원들이었다.

"커튼콜 때 몇 번이나 인사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호응이 너무 좋았고, '브라보' 소리와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죠." 밤 11시 30분께 공연을 마치고 막 숙소에 들어와 전화를 받았다는 수석무용수 김주원씨는 "첫 테이프를 잘 끊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긴장도 했지만 2막에서는 눈물을 흩뿌릴 정도로 작품에 몰입했다"며 "잘하려고 하기보다 진심으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날은 볼쇼이의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작품을 재수정한 버전을 러시아에서 초연하는 날이자, 한국 무용수들이 처음으로 볼쇼이 무대에서 정식 공연을 가진 날이었다. 로미오는 김현웅, 줄리엣은 김주원, 머큐쇼는 윤전일씨 등 8명의 국립발레단원들이 솔리스트를 전담했다. 볼쇼이 단원들은 군무를 맡았다.

볼쇼이 발레학교 출신인 김주원씨는 "줄리엣 역을 맡은 게 열 번째쯤 된다"며 "많이 해본 편은 아니지만 볼쇼이 단원의 반 정도가 동기, 선후배라 반갑고도 편안했다"고 했다. 2006년 발레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당스' 최고무용수상을 수상한 김씨는 볼쇼이 단원들의 스타였다. 지난해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 듀엣부문 은상을 차지한 이동훈, 김리회씨도 인지도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코를 훌쩍거리던 김주원씨는 "영하까지 떨어지는 모스크바 날씨에 많은 단원들이 감기에 걸렸다"고 전했다. "공중돌기를 하면서 콧물이 찔끔 나오기도 했다"며 웃던 김현웅씨는 뒤가 높고 앞이 낮은 경사진 무대에 적응하기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바로 서 있기가 제일 힘들었어요. 무대 리허설을 한 번도 못해본 상황이라 긴장도 많이 했죠."

공연이 끝난 뒤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인 유리 부를라카는 한국의 국립발레단원들에게 "볼쇼이는 자존심이 세고 벽이 높아 그간 외국인 솔리스트는 한두 명, 많게는 서너 명밖에 초대하지 않았다"면서 "모든 솔리스트를 외국 컴퍼니가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앞으로도 교류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8일 무대는 당초 로미오 역으로 예정돼 있던 이동훈씨의 발목 부상으로 김현웅씨가 김지영씨와 호흡을 맞춘다. 김현웅씨는 "소중한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지는 만큼, 첫 날보다 무대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등에 태극기를 짊어진 느낌이었어요. 남은 공연도 잘하고 오겠습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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