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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1년 남았을 뿐이다

입력
2010.10.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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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가운데 압도적인 다수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이는 없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진영에서 각각 남북관계 개선과 권위주의 타파 등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반면, 보수진영으로부터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뭉뚱그려진다. 거꾸로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은 보수세력이 각각 건국과 경제 발전에 높은 점수를 주지만 진보세력에게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인물로 기억될 뿐이다. 그나마 반쪽의 지지를 받으면 다행이라고 할까. 보수, 진보 양측에서 외면 당하는 대통령이 여럿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가. 내리막길로 들어선 그로서는 퇴임 후 평가에 슬슬 신경이 쓰일 것이다. 5년 동안 최선을 다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애써온 노력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지지율이 50%에 달한다지만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지지율 자체가 정치 상황에 따라 널뛰듯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평가는 자리에서 물러난 후 이뤄진다는 걸 전임자들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MB는 '세종시ㆍ4대강 대통령'

대통령의 이미지가 어차피 몇 개의 단편적인 사건으로 특징 지어지는 점을 고려할 때 '이명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세종시와 4대강이다. 취임 후 지금까지 그가 진행해온 많은 일 가운데 소소한 것들은 시일이 흐르면 잊히겠지만 이 두 가지는 그를 따라다니며 업적을 가늠하는 핵심 사안이 될 것이다.

세종시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마련한 세종시 건설을 백지화하려다 여론의 반발에 밀려 주저앉은 게 본질이다. 진보진영에서는 법으로 확정되고 선거 과정을 통해 정치적으로 검증된 세종시 건설을 억지로 뒤집으려 함으로써 9개월을 허송세월했다며 혹평한다. 그 과정에서 국력이 낭비되고, 사회에 분열과 갈등의 회오리가 몰아쳤으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평가는 보수진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명분은 옳았을지 모르나 전략적 접근 없이 밀어붙여 한나라당 내부 갈등을 야기하고 집권세력의 기반을 갉아먹는 등 심각한 후유증만 낳았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극심한 대립과 갈등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도 정권이 바뀐 뒤 두고두고 논란을 빚을 개연성이 크다. 당초 이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대운하 조성사업이 여론의 반대로 좌절되자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4대강 사업이다. 물류 수송을 위한 대운하와 치수를 목적으로 한 4대강 사업은 성격이 확연히 다르기에 처음부터 의구심이 싹텄다. 대규모 보 건설과 준설규모를 둘러싸고 대운하에 여전히 미련이 남은 거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이 사업이 마무리된 뒤 수질오염과 환경피해, 생태교란, 홍수조절 기능 약화 등의 우려가 사실인지 여부가 드러나겠지만 어쨌든 이 사업을 시작한 배경과 과정은 물론, 수십 조원이 드는 사업을 왜 그토록 서둘러 진행해야 했는지는 훗날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다.

세종시와 4대강 사업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은 시민들의 생각은 틀렸고 내가 하는 것만 옳다고 강요하는 독선과 자만이다. 졸속과 편법으로 밀어붙이는 행태는 그간 어렵게 구축한 우리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공정사회가 마지막 남은 카드

세종시와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인식해서였는지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위기와 불명예를 뒤집을 '히든 카드'로 공정사회를 꺼내들었다. 하기에 따라서는 그 동안 잃었던 점수를 일거에 만회할 기사회생의 카드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가 온몸을 던져 공정사회 구현에 노력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세종시나 4대강에 앞서 공정사회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은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연이어 있어 새로운 사업을 벌일 여력이 없다. 올해가 2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사실상 내년뿐이다. 이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딱 1년이다.

이충재 편집국 부국장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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