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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고통 '행복 전도사', 스스로…최윤희씨, 남편과 모텔서 동반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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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고통 '행복 전도사', 스스로…최윤희씨, 남편과 모텔서 동반자살…

입력
2010.10.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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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굶더라도 행복은 굶지 마라"던 '행복 전도사' 최윤희(63)씨를 남편과의 동반 자살이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간 것은 바로 홍반성 루프스병 및 세균성 폐렴으로 인한 고통과 이에 동반된 우울증이었다.

8일 경기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최씨는 7일 오후 8시30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모텔에서 남편 김모(72)씨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 부부는 오전 7시15분께 모텔에 들어왔으며 시간이 오래 지나도록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겨 방문을 열어 본 모텔 종업원이 이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최씨는 모텔방 침대에 누운 채, 김씨는 화장실에서 끈으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경찰은 최씨의 목에 난 상처 등으로 미뤄 김씨가 최씨의 죽음을 도운 뒤 화장실로 들어가 목을 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행복과 희망을 전파해 왔던 최씨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현재 자살 사유를 추정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모텔방 테이블 위에서 발견된 편지지 1쪽 분량의 유서가 전부다. 최씨가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는 작성 날짜가 10월 7일로 돼 있으며, 편지지에 파란색 사인펜으로 내용을 적은 뒤 흰 편지 봉투에 넣어 두었다. 봉투 앞면에는 '떠나는 글'이라는 제목을 달았고 뒷면에는 "완전 건강한 남편은 저 때문에 동반 여행을 떠납니다. 평생 진실했고 준수했고 성실했던 최고의 남편.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요"라고 간단한 소회가 적혀 있었다.

"저희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시작한 유서에는 오랜 투병 생활에 지친 어려움이 구구절절 묻어났다. 최씨는 유서에서 "2년 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습니다. 능력에 비해서 너무 많은 일을 하다 보니 밧데리(배터리)가 방전된 거래요"라고 했다. 이어 "폐에 물이 찼다는 의사의 선고. 숨 쉬기가 힘들어 응급실로 실렸고(실려 갔고) (중략) 또다시 이번엔 심장에 이상이 생겼어요"라며 구체적 통증도 기술했다. 편지 마지막에는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 본 분이라면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며 "더 이상 입원해서 링거를 주렁주렁 매달고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고 했다.

남편과 동반 자살한 사유에 대해서도 "혼자 떠나려고 해남 땅끝마을에 가서 수면제를 먹었는데 남편이 119에 신고, 추적해서 찾아왔습니다"며 "저는 통증이 너무 심해 견딜 수가 없고, 남편은 그런 저를 혼자 보낼 수는 없고, 그래서 동반 떠남을 하게 되었습니다"고 설명했다.

최씨의 자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랜 신체적 통증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진단하고 있다. 박상진 일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오랜 통증이 우울증을 유발, 죽음을 선택했을 수 있다"며 "통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감정조절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방송인으로 성공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신체적 아픔이 더욱 큰 정신적 고통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씨는 주부로 지내다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로 입사해 국장까지 승진하는 등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이후 책을 내며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KBS TV '아침 마당' '즐거운 세상' '행복 만들기' 등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주부로서 자신의 경험담을 웃음으로 풀어 내면서 일약 스타 강사로 발돋움 했다.

최씨는 <행복 그거 얼마예요(1999)> <행복이 뭐 별건가요(2006)> 등 희망과 행복을 주제로 20여권의 저서를 남겼다.

고양=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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