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관련,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라 회장은 IMF총회와 해외투자설명회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8일 귀국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직무 정지 근거는?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에는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3가지가 있다. 금감원은 라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고려 중이다.
현행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은행임원이 ▦고의로 예금거래에 대한 실명 확인 의무를 위반했고 ▦행위자(위반 행위를 하거나 적극 가담한 자)에 해당하며 ▦위반 금액이 3억원을 초과했을 때 ‘직무정지 또는 해임권고’ 징계를 내릴 수 있다. 금감원은 라 회장이 고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3억원이 넘는 돈을 거래했고,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 회장이 `차명으로 관리하라'고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제재할 수 있다”며 “더구나 자신의 돈이 직원들에 의해 차명으로 관리되고 있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라 회장을 행위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실명제 위반한 내용은 라 회장이 신한은행장(1991년 2월~99년 2월)과 신한은행 비상근 부회장(99년3월~2001년8월)기간에 한정됐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제재 대상은 은행 임원(은행 등기이사)에 한하고, 지주 회장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 위법 행위가 현직 아닌 전직(은행장 시절) 당시의 일인 만큼 징계도 ‘직무정지’ 가 아닌 ‘직무정지 상당’이 되는데, 효과는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신상훈 사장도 라 회장이 행장 재직 시절 영업 업무를 담당해 차명계좌를 만들고 운용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징계할 방침이나, 수위는 견책 또는 주의 등 가벼운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금감원은 신한금융측의 소명절차를 밟은 후 다음달 4일 재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안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신한측 대응은?
신한금융은 라 회장이 중징계를 받더라도 수위를 직무정지가 아닌 문책 경고로 낮춰,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직무정지는 즉시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하지만, 문책적 경고는 연임만 제한될 뿐 현직유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징계가 나오든 시기의 문제일 뿐 라 회장의 퇴진은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신한도 라 회장 퇴진을 염두에 두고 비상경영체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 회장이 현직에서 물러날 경우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고 말했다. 신한측에서는 회장 직무대행으로 비등기 이사인 류시열 법무법인 세종 고문을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한편 신한금융의 재일동포 주주들도 14일 일본 오사카에서 회동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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