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류샤오보(劉曉波)는 20년 넘게 중국의 정치개혁을 요구해온 대표적인 중국 반체제인사이자 인권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류샤오보는 2008년 12월 중국의 진보적 학자ㆍ변호사ㆍ작가 등과 함께 중국의 일당독재 폐지 및 정치개혁 등을 요구하는 ‘08헌장’에 대한 서명 운동을 주도했다. 공민의 인권 보장, 사법 독립, 언론ㆍ종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보장 등 광범한 민주화 및 다당제를 바탕으로 한 새 헌법 채택을 촉구한 평화적 운동이었다. 중국 내 학자, 변호사, 언론인 303명이 이 헌장에 실명으로 서명하는 등 반향도 커,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이후 가장 큰 체제 변혁 운동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류샤오보는 ‘08헌장’ 서명자 303명과 함께 2009년 3월 유럽 영화 축제인 원 월드로부터 국제인권상인 ‘호모 호미니’ 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08헌장’에 제일 먼저 서명했던 류샤오보는 본격적 운동이 시작되기 전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당국은 부인과의 면회도 금지한 채 그의 구금 사실을 숨겨오다 6개월여가 흐른 뒤 구속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5일 베이징 제1중급 인민법원으로부터 국가권력전복선동죄로 징역 11년을 받고 정치적 권리도 2년간 박탈당한 채 랴오닝(遼寧)성 판진(盤錦)감옥에서 복역 중이다.
1955년 중국 동북부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에서 태어난 그는 지린대학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한 평범한 시민이었다. 이후 베이징사범대학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치고 변호사 자격도 획득했다. 비교적 엘리트 과정을 밟은 그가 반체제인사로 바뀐 것은 1989년 톈안먼 사건을 겪으면서다. 당시 미 컬럼비아대 방문교수였던 류샤오보는 중국으로 날아와 민주개혁 요구에 동참했다. 그는 군대의 진압을 앞두고 시위 학생들을 대신해 정부측과 안전 귀가를 위한 협상을 벌이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결국 그는 톈안먼 사건 진상조사를 요구하다 공직이 박탈되고 20개월간 감옥에 갇혔다. 이후 류샤오보는 작가활동을 통해 인권에 주목하고 정부를 공격했다. 1996년에는 톈안먼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반혁명분자라는 정부 주장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3년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류샤오보는 2003년 국제펜(PEN)클럽 중국본부 회장을 맡으면서 국제적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당국의 중점 감시 대상이 돼 감금과 외출 통제가 반복됐고 중국 내 서적 출간도 금지 당했다.
그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강력히 거론된 것은 지난해 12월 그에 대해 중형이 확정된 직후다. 하벨 체코 전 대통령을 비롯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주교와 달라이 라마 등이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인권단체인 ‘중국민주포럼’은 올초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일부 급진 반체제 인사들은 그의 온건ㆍ평화 노선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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