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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 소녀 돕자" 전문가들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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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 소녀 돕자" 전문가들 뭉쳤다

입력
2010.10.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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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아버지가 나타나서 재산권을 행사하면, 어떻게 막죠?"

"댄스강사를 꿈꾸지만, 적성검사를 한번 해보는 것도 좋지 않나요?"

할머니와 폐지 줍는 19세 소녀 김은예(가명)양을 위해 전문가가 뭉쳤다. 소녀의 사연이 한국일보(1일자 1면)에 소개된 이후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하 청예단)에는 은예를 돕겠다는 문의가 줄을 이었다. 보도 첫 날 걸려온 전화만 1,300통.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공장 사장님, 옷과 반찬을 보내겠다는 60대 주부, 치료를 해주겠다는 의사까지. 국내외에서 답지한 따뜻하고 고마운 마음들을 어떻게 하면 소녀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청예단 회의실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솔루션(solution) 회의'가 열렸다. 제목은 '은예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 언뜻 해법이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시급한 일과 지원 분야를 정하고 알맞은 후원자를 연결하고 후원 이후 법적 분쟁을 막는 일까지, 할 일은 산 넘어 산이다. 변호사 경찰 복지사 모금가 무용강사 상담사 등 외로운 소녀를 위해 모인 전문가는 모두 12명. 기자도 13번째 자리에 끼었다.

"상처 치료하고 자립심 키워주자"

처음 주제는 '지원부문.' 인천경찰청 범죄피해자지원상담팀장인 신철현 경감이 운을 뗐다. 같은 팀의 김지나, 박민정 경장 등은 낭떠러지에 몰린 은예를 처음 발견해 돕기 시작하고 청예단에 모금을 요청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신 경감은 "심각한 폭행 피해를 입은 만큼 전방위로 도와야 하고, 특히 심리치료가 잘 이뤄져야 한다. 확인된 것만 여러 명이 뺨을 23~25대씩 돌아가며 때렸으니,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직접적인 폭행을 가한 가해자 4명은 모두 법의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했다. 소녀에게 '지나 언니'로 통하는 김지나 경장은 "우선 대학진학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으니 무용강습 등을 지원하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며칠 전 은예를 면담하고 왔다는 인천 중구 건강가정지원센터 홍선분 사례담당자는 "본인이 악몽에 시달리다가도 댄스강습을 받을 때는 아무 잡념이 안 생긴다고 하더라. 그래도 적성검사를 해서 객관적인 검증을 해보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학교폭력SOS지원단 김승혜 팀장은 "단기간에 대학을 갈수 있게 하는 식이 아니라 3년이면 3년 등의 기간을 두고 실패도 함께 지켜보며 자립할 수 있는 계획을 짜자"고 제안했다. 김정희 청소년수련관 댄스지도 전문강사가 은예를 방문해 특별 면담을 실시하고 청예단에서 이를 위한 구체적 지원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음은 '정서지원.' 신 경감이 "주변에 상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멘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인천남동구청 주민생활과와 인천 중구 건강가정지원센터 복지사들이 이를 도맡겠다고 자청했다.

"경제적 빈곤도 해결해야"

가장 시급하고도 손대기 힘든 문제는 '빈곤.' 뭉칫돈을 즉시 건네는 건 자칫 불상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들부터 쏟아냈다. "성금을 받은 후에도 자립심을 유지하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주변으로부터 안전한 상태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법률자문에 나선 김용수 김&이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요한 성금인 만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만 20세 이전에는 분할 지급하면 다른 혈족이 나타나 재산권 행사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며 "성금은 뚜렷한 계획을 가지고 법률에 근거해 지급한 후 감사를 받아야 하고, 이 부분에 대해 내가 법률적으로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했다.

각 분야 베테랑의 알찬 의견이 쏟아지면서 회의는 3시간 넘게 계속됐다. 자문위원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심리ㆍ학습 지원은 인천경찰과 인천 남동구청이, 경제적 지원은 청예단이, 법률지원은 김용수 변호사가 맡아 준비하고 다음 모임을 기약하는 것으로 회의는 마무리됐다.

답지하는 성금과 전문가회의 개최 소식을 들은 은예의 할머니는 장문의 문자 메시지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이 응원을 하십니다. 손녀딸에게 희망이 보입니다.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억울하고 분해서 매일 울었습니다. 법이 뭔지도 모른 채, 울분을 토하며 눈물 지을 때 형사님들이 달래주시고 사랑의 손을 내밀어 잡아 주셨는데, 이제 더 많은 분들의 응원도 받게 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후원문의 청소년폭력예방재단 (02)585-0098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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