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부터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돼온 고은(77) 시인은 이번에도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특히 올해는 ‘비유럽권 시인’의 수상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됐던 터라 그의 수상 소식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안타까움도 더욱 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7일 저녁, 경기 안성시 마정리의 고은 시인 자택 주변에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 등의 취재진 1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다시피 했다. 특히 이날 오전 외신을 통해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AP통신은 “지난 6년 간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유럽 5명 터키 1명으로 유럽에 편중됐고, 소설가 5명 극작가 1명으로 시인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유럽권 시인의 수상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의 고은 시인과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의 수상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수상자인 독일 작가 헤르타 뮐러를 정확히 맞췄던 스웨덴의 문학 전문가 마리아 쇼테니우스도 고은과 아도니스 둘 중 한 명이 수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대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고은 시인의 자택 주변에는 ‘노벨상 문학상 수상을 기원합니다’ ‘경축 노벨문학상 후보’ 등의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안성시는 취재진을 위해 대형천막을 설치하려고도 했으나 “번거롭게 하지 말아달라”는 고은 시인 가족들의 만류로 철거하기도 했다. 고은 시인은 그러나 이런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이날 내내 자택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은 물론 전화 통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노벨문학상의 계절은 시인에게는 오히려 짐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오후 8시 정각, 페루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곳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주민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축하 꽃다발을 들고 고은 시인을 자택 대문 앞에서 기다리던 차은자(50ㆍ여)씨는 “내년도 있으니까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인, 자녀 2명과 함께 나온 주민 이민선(31)씨는 “운이 없었을 뿐”이라며 “이미 좋은 작품 많이 쓰셨으니까 건강관리 잘 하셔서 꼭 수상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 문단은 노벨문학상 수상이 멀지 않았음을 확신하면서도 체계적인 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종환 시인은 “올해가 아니더라도 고은 시인은 물론 우리 문학은 노벨상을 받을 충분한 저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번역 없이 한국문학이 해외로 나갈 수 없다”며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번역이 더욱 더 활성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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