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is not over until it is over)’라는 명언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극적인 명승부였다. 모든 사람들이 두산의 승리를 예상하는 순간 대구구장의 밤하늘을 가르는 홈런포가 천지를 흔들었다.
삼성이 7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회말 2사후 터진 박한이의 스리런홈런을 앞세워 6-5의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두고 먼저 웃었다. 반면 다 잡은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두산은 포스트시즌 3연승을 마감하며 아쉬운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까지 26차례 벌어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한 팀은 19차례(73.1%)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삼성과 두산은 8일 각각 배영수와 히메네스를 내세워 2차전을 치른다.
두산의 경험을 제압한 삼성의 끈기
삼성 선동열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롯데보다는 단기전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포진한 두산이 올라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게 아무래도 두산의 가장 큰 강점 아니겠는가”라고 경계했다.
경기 초반 선 감독의 우려는 틀리지 않았다. 두산은 3회말 수비에서 조동찬과 최형우에게 적시타를 맞고 2점을 먼저 내줬다. 하지만 곧 이은 4회초 공격에서 이날까지 포스트시즌만 72경기째 치른 ‘두목곰’ 김동주가 투런을 쏘아 올려 동점에 성공했다. 3-2로 역전한 5회에는 프로 10년차 베테랑 4번 최준석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삼성의 기세를 꺾었다.
그러나 올시즌 끈끈한 조직력의 팀으로 변신한 삼성은 후반 찾아온 한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2-5로 뒤진 8회 2사 후 ‘영건’ 이영욱과 김상수의 연속 안타로 한 점을 따라 붙은 후 선동열 감독이 이번 플레이오프의 키 플레이어로 꼽은 박한이가 극적인 역전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마운드 운용의 귀재’ 선동열 감독의 판정승
초반 마운드 대결에서는 두산이 앞서 나갔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다양한 전술로 2연패 후 사상 첫 3연승의 기적을 이룬 김경문 감독은 이날도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를 앞세워 상대의 흐름을 끊었다. 2-2 동점에 성공한 4회말 왼손 이영욱이 나오자 선발 홍상삼을 내리고 왼손투수 이현승을 투입하는 등 임태훈-왈론드-고창성까지 필승 계투조를 총동원했다.
그러나 마무리 카드로 신임했던 정재훈은 전준우와 이대호에게 홈런을 얻어 맞았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의 악몽을 재현하며 벤치의 기대를 저버렸다. 석 점차 리드를 안은 채 8회 1사 1루에서 등판한 정재훈은 3분의1이닝동안 홈런 포함, 3안타로 3점을 내주며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3패째를 떠안았다.
반면 선 감독은 믿었던 에이스 차우찬이 4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지만 후반 역전승을 노리며 최강의 불펜진을 가동했다. 차우찬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정인욱 등 5명은 5이닝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했다. 특히 마무리 안지만은 9회초 1사 2ㆍ3루의 역전 위기에서 3번 이종욱을 유격수 플라이, 4번 양의지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승리를 매조지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대구=이승택기자 lst@hk.co.kr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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