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ㆍ도지사협의회가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지방교육청을 지방정부에 통합하자는 주장이다. 명분은 "현재 교육자치가 교육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전국 곳곳에서 시ㆍ도지사와 교육감이 다른 정책이나 노선으로 교육 수요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선제로 교육현장이 지나치게 정치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첫 선출직 교육감들이 겨우 임기 100일을 넘긴 상태에서 이런 주장은 성급하다. 명분 또한 설득력이 없다.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교육"은 과거 교육감 임명, 또는 간선제 때 똑같이 반복됐던 지적이다. 바로 그 때문에 교육수요자가 직접 선출하는 안이 나왔던 것이다. 속내는 서로 다른 정책과 노선으로 인한 불편함일 텐데, 이는 민주주의체제에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그런 논리라면 지방정부와 의회 간의 정당 별 구성 차이로 인한 갈등은 어찌해야 하는가. 옹색하기 그지없는 주장이다.
물론 지난 교육감 선거에선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지방선거 동시실시에 따라 높아진 투표율로 형식상의 대표성 논란은 불식됐지만, 인지도와 관심이 떨어져 실질적 대표성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고비용 선거, 정치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충분히 예상됐던 이 정도 부작용을 핑계 삼아 이제 갓 출범한 첫 민선교육감 체제를 부정하는 것은 단체장들의 정치적, 행정적 이기주의와 편의주의에 다름 아니다.
대안으로 내놓은 직접 임명이나 러닝메이트 방안은 논의의 내용을 과거로 회귀시킬 뿐이다. 이 경우 직접선거의 명분이었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선 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첫 민선교육감 취임 이후 여러 교육정책 논란으로 많은 국민이 교육감 직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게 됐다. 추후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은 지난번과 비교도 안 되게 높아질 것이다. 다른 부수적 문제들은 시간을 두고 찬찬히 해결방안을 찾아나가면 된다. 겨우 첫 삽을 뜬 새 제도의 폐지를 벌써부터 입에 올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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