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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매의 中國味談] <2>‘정치채(政治采)’, 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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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매의 中國味談] <2>‘정치채(政治采)’, 배추

입력
2010.10.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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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올라가자 드디어 정부에서 중국 배추를 수입했다. 배추는 한자로 백채(白菜)라고 쓰며 중국어로는 바이차이, 일본어로는 하쿠사이라고 한다. 충청도나 경상도 지역에서는 배추를 배차라고도 하는데 아마도 바이차이가 배추로 변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발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배추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채소로 원산지는 중국북방이고 역사가 오래된 채소다.

이미 에 ‘배추와 무를 캐내(采葑采菲)’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봉(葑)’은 배추의 일종이고 ‘비(菲)’는 무의 일종이다. 그런데 ‘비’의 풀이를 보면 무청(蕪菁)이라고 되어있다. 무청의 한자를 우리나라에서는 ‘순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필자는 오히려 무청시레기 할 때의 무청이 더 떠오른다.

송대에는 배추가 중국 전역에서 보편화되었으며 배추를 숭(菘)이라고 하였고 배추라는 명칭도 이미 있었다. 송대 배추의 품종은 아주 다양한데 대공이 있는 배추, 통배추, 작은 배추, 속이 노란 배추 등이 있었다. 당시에는 양저우(楊州)에서 생산한 배추가 유명하였는데 무거운 것은 한 통에 열다섯 근, 가벼운 것은 여덟 근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노랗게 속이 찬 배추는 산둥성의 자오저우(胶州) 지역이 유명하다. 송명청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에게 배추는 없어서는 안될 채소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베이징에서 겨울에 파는 채소는 배추, 감자, 무뿐이었다. 특히 배추를 정치채(政治菜)라고 하였는데 배추가 부족하면 도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과잉생산으로 값이 하락하면 농민들이 분노했다. 그래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배추값의 동향에 민감하였고 이리하여 정치채라고 불렀다. 당시 베이징 사람들은 월동채비로 제일 먼저 배추를 가득 사 집안에 저장하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배추로 100가지 요리를 만들 수 있다(白菜可做百樣菜)’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중국에는 다양한 배추 요리법이 있다. 배추와 두부를 함께 넣고 푹 끓인 바이차이둔더우푸(白菜炖豆腐)나 새콤달콤하게 볶은 탕추바이차이(糖酢白菜)를 즐겨 해먹고, 만두 소로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배추다.

배추는 감기의 예방과 치료제이며 유방암도 예방한다고 한다. 한중일의 여성들이 서양인에 비해 유방암 발병 비율이 적은 것은 배추를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학설도 있다. 한류를 이끌어낸 TV 드라마 ‘대장금’에도 중국에서 배추를 들여왔다는 이야기가 있고 고뿔을 예방한다는 말이 나온다. salang@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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