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도현주(26)씨는 피자전문점 우노에서 최근 친구들과 함께 피자와 스테이크, 샐러드, 음료 2잔을 50% 할인된 값에 먹었다. 2인용 티켓이었지만 3명 정도 같이 먹어도 적지 않을 만큼 푸짐했다. 도씨는 “요즘 식사 약속 있을 땐 거의 매번 반값 할인티켓을 쓴다”며 “모바일로도 이 티켓을 손쉽게 내려 받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입 신청도 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도씨가 이용한 서비스는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올 여름 온라인세상을 강타한 소셜커머스는 새로운 쇼핑 트렌드를 주도하며 소비생활에도 큰 변화를 낳고 있다.
3대 키워드: 반값, 하루, 트위터
도씨는 출근하자마자 소셜커머스 웹사이트부터 확인한다. 기회는 하루뿐. 이걸 놓치면 양질의 상품을 반값에 샀다는 달콤한 뿌듯함은 여지없이 사라져버린다. 며칠 뒤 중요한 식사 약속이라도 앞둔 날, 괜찮은 음식점의 반값 할인티켓이 매진되면 하루 종일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다.
소셜커머스는 바로 소비자들의 이 같은 심리를 100% 활용한다. 업체가 좋은 상품을 절반 이상 할인한 가격에 내놓고, 구매 시기와 인원을 한정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언뜻 보면 오프라인 매장의 ‘폭탄세일’이나 ‘오늘 딱 하루’ 같은 이벤트를 온라인으로 가져온 셈이다. 그러나 소셜커머스와 폭탄세일은 엄연히 다르다. 소셜커머스는 온라인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다. 또 남은 상품을 처분하는 게 아니라 양질의 상품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홍보 개념이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려면 먼저 중개사이트의 회원으로 가입한다. 바이러스 티켓몬스터 위폰 데일리픽 쿠팡 헬로디씨 등 현재 운영 중인 소셜커머스 중개사이트가 줄잡아 50여개는 된다고 업계는 추정한다. 이들 사이트에는 하루에 한 가지 상품이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소개된다. 단 조건이 붙는다. 상품을 내놓은 업체가 제안한 수만큼의 구매자를 모아야 한다. 상품이 마음에 들면 일단 구매 신청을 한 다음 다른 누리꾼에게 알려야 한다는 소리다.
업체가 제안하는 구매자 인원은 보통 수백 명 이상. 단순한 입소문만으로는 어림 없다. 그래서 소셜네트워크의 위력이 필요하다.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같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중개사이트의 정보를 올리는 것.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수백 명이 중개사이트를 방문해 구매 신청을 한다. 업체가 제안한 인원이 채워지면 판매는 종료된다. 반대로 하루가 지났는데도 미달이면 모든 구매 신청이 무효가 된다. 거래 자체가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루 2억8,000만원 어치 팔아
소셜커머스의 가장 큰 매력은 모두가 이익을 얻거나 큰 손해를 보지 않는 독특한 구조다. 거래가 이뤄지면 중개사이트는 상품을 내놓은 업체에게서 판매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업체는 수많은 누리꾼이 드나드는 웹사이트에 하루 동안 자사 상품만을 독점 광고할 수 있다. 전단지 배포나 인터넷 배너광고로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업체들에겐 더 없는 홍보 기회다. 할인율이 높지만 하루 만에 워낙 많은 구매가 이뤄지니 업체로선 이득이다. 반값에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는 소비자는 말할 것도 없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도 업체로선 손해 볼 게 없다. 상품 소개 화면도 대부분의 중개사이트가 무료로 제작해주니 실제로 업체가 쓰는 비용은 없기 때문이다. 구매 신청을 한 소비자는 거래가 성립되지 않으면 모두 환불 받는다. 다만 중개사이트는 기대했던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매일 다른 업체의 다른 상품을 소개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장점 덕분에 소셜커머스는 업체와 소비자, 중개자 모두에게 각광받으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글 이후 최고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임수진 티켓몬스터 마케팅팀장은 “시작한지 5개월도 채 안됐는데 회원이 벌써 10만5,000명을 넘어섰고 매달 25%씩 늘고 있다”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할인티켓은 600장이 단 2시간 반 만에 매진됐고, 오크밸리 숙박권은 2억8,000만원 어치가 팔려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규모보다 신뢰가 중요
최근엔 대규모 온라인쇼핑몰이나 대기업도 소셜커머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이에 대해 바이러스를 운영하는 메뉴판닷컴의 홍보담당 강상완씨는 “대기업 진출로 시장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소셜커머스 중개사이트는 규모보다는 업체나 소비자로부터의 신뢰도 확보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구매자 수를 무한정 늘리거나 질 낮은 상품을 무작위로 내놓으려는 업체를 배제해 소비자에게 이 사이트에서 소개하는 상품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관건이라는 소리다.
소셜커머스가 알려지면서 한편에선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중개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한 다음 할인율을 높여 다시 판매하는 웹사鉗??생겼다. 오프라인 거래로 치면 암표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를 제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아직 없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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