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이 마무리됐다. 올해는 유독 아쉽다. 재미 한국 과학자 김필립 컬럼비아대 교수가 간발의 차로 수상을 놓쳤다. 그는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의 독특한 물리적 현상을 밝힌 별도 논문을 이번에 물리학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 등 2인의 논문이 실린 2005년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나란히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김 교수도 공동수상자로 선정됐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수상자들은 2004년 이미 그래핀 관련 논문을 ‘사이언스’에 먼저 실었다. 그래핀 분리에 처음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이번 수상자 선정은 그래핀의 물리적 성질을 규명한 것 보다 그것을 처음 분리한 데 방점을 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에선 노벨상 발표 전 스웨덴에서 그래핀 관련 학술대회가 열려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등 시비성 추측이 무성하다. 상용화까지 수 년 남은 그래핀을 선정한 게 너무 성급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래핀처럼 탄소로 이뤄졌고 상용화가 임박한 탄소나노튜브도 아직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하지만 구체적인 선정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는 전적으로 노벨상 선정위원회의 몫이다. 이번 기준이 그래핀 최초 분리라면 달리 반박할 논리는 없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그래핀 보다 먼저 노벨상이 부여됐어야 한다는 탄소나노튜브 연구만 해도 관련 물질인 풀러렌 개발자가 이미 1996년에 노벨화학상을 받는 등 선정기준이 다수의 시각과 달리 정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을 절대적인 ‘과학 성적표’로 볼 필요는 없다. 다른 권위 있는 상을 받는 한국인도 많다. 노벨상을 과학계를 위한 큰 축제 정도로 여유 있게 받아들이면 어떨까. 섣부른 흠집내기는 우리 과학계의 ‘학격(學格)’만 떨어뜨린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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