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 김정호)는 정체 중인 차량 사이로 무단 횡단하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시내버스 운전기사 우모(43)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례에 따르면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널목의 신호가 적색일 때 멈춰 서 있는 차 사이로 보행자가 건너오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렇지 않은 상황까지 예상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당시 우씨는 버스전용차로에서 앞의 버스를 따라 상당히 빠른 속도로 운전하고 있었던 점, 그 우측 차로에는 차량이 정체돼 있었던 점, 피해자는 건널목의 신호등이 적색인 상태임에도 무단 횡단한 점 등을 종합하면 우씨 입장에서는 보행자가 차 사이로 건너지 않을 것이라 믿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우씨는 서울 강남대로에 설치된 중앙 버스전용차로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다 건널목 신호등이 적색인 상태에서 도로 중앙에 있는 정류장을 향해 일반 차로에 정체돼 있는 차량 사이로 무단 횡단한 박모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박씨의 무단횡단을 예상하기 어려웠고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있는 교통현실을 감안해 주위를 잘 살필 의무가 있었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우씨가 정체된 차량 사이로 무단횡단하는 피해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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