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는 조현오 청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을 놓고 시작부터 여야공방이 벌어졌다.
문학진(민주당) 의원은 조 청장의 업무보고가 끝나자 마자 의사진행 발언으로 포문을 열었다. 문 의원은 “조 청장이 차명계좌에 대해 명백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국민이 매우 혼란스러워한다”며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는 존재하는가, 얼마인가, 어디 은행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권양숙 여사가 특검을 무마해달라고 부탁한 민주당 의원이 누구인지 말하라”고 압박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그게 무슨 의사진행 발언이냐”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문 의원은 개의치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국회에 나와 노 전 대통령 유족에게 사과하겠다고 했는데 어제 봉하마을과 노무현재단에 확인해보니 유족에게 사과 전화 한 통 건 사실이 없다”며 “사과할 뜻이 없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허를 찔린 조 청장은 겸연쩍은 듯한 표정으로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문 의원은 또 “경찰 전체 사기를 고려해 조 청장이 자진 사퇴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검찰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며 윽박을 계속하자 한나라당 의원의 고함소리 등으로 장내가 한층 소란스러워졌다. 결국 안경률 위원장이 “마이크를 끄라”고 지시, 문 의원의 발언을 막는 사태까지 갔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간사인 김정권 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문 의원을 비난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차명계좌 발언은 검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고, 차명계좌의 존재 여부는 법제사법위원회가 국감에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으로 안다”며 “검찰 업무를 경찰청 국감에서 논의할 일이 아니다”고 맞섰다.
첫 번째 질의에 나선 이윤석(민주당) 의원은 조 청장에게 “봉하마을도 다녀오지 않았는데 사과를 하려면 진정성을 보여라”고 촉구했고, 조 청장은 “알았다”고 답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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