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녹두 열풍을 일으킨 인기 한의사 장 우벤 박사. 녹두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를 즈음, 언론사 취재를 통해 베이징 의과대를 다녔다는 그의 학위는 허위로 판명 났다. 방직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뒤 짧은 한의학 코스를 수료한 것이 전부였다.
# 정교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해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첸진 박사. 그러나 그가 개발했다고 주장한 칩은 모토로라에서 만든 것으로, 그는 상표를 떼어낸 뒤 자기 것이라고 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 지난 8월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로 42명의 승객이 사망했다. 사고를 일으킨 항공사에 대한 조사 결과는 중국인들을 경악시켰다. 항공사 소속 파일럿 100명의 조종 경력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6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위와 같은 사례들은 중국 사회에 ‘가짜 문화’가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NYT는 ‘가짜 천국’중국을 조명하는 기사를 싣고, 중국의 이런 문제점이 중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데 제약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가짜 문화’는 보통 짝퉁 상품이나, 멜라민 분유, 분식회계 등 기업ㆍ상업 분야에서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NYT는 그러나 가장 정직하고 존경 받아야 할 분야인 과학연구 분야에까지 뿌리 박힌 ‘가짜 문화’의 심각성에 초점을 맞췄다. NYT는 중국에서 가짜 연구가 판을 쳐, 해외 연구자들이 중국인 연구자와 공동연구를 꺼려하는 분위기까지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영국의 한 과학저널은 중국 과학자들의 논문 70여건에 위조 의혹이 있어 게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올 초 영국의 의학전문 저널도 중국의 연구 위조와 표절에 대해 경고하는 사설을 실었다. 실제 중국 정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유수 연구소 6곳에서 근무하는 6,000명의 과학자 중 2,000명 가량이 표절과 연구데이터 조작을 인정했다고 한다. 중국 교육자들은 “중국 대학 입학시험장은 기상천외한 커닝 기술이 만연해 있다”며 “중국의 ‘가짜 문화’는 고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개탄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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