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한국 증시는 사상 최초로 코스피지수 2,000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2,000선 안착은 시기상조였다. 한 달여만에 1,000선대로 밀려난 것. 그리고 또다시 3년이 흐른 2010년 10월 코스피 2,000 시대에 재도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주요 자산운용사의 대표급 펀드매니저들은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매니저들은 “지금 주식을 사도 괜찮다”고 낙관하는 분위기다. 3년전과 비교하면, 우리 증시의 기초체력이 훨씬 강해졌다는 것이다.
코스피 2,000 안착 기대해도 좋다
대표급 펀드매니저들이 한국 증시를 낙관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활황 증시의 연료인 유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상황인데다가, 글로벌 증시와 비교했을 때 한국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한국투신운용 김영일 주식운용본부장은 “한국 등 신흥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고 국내 투자자들은 하락시 안전판 역할을 하는 등 수급여건이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물경기 역시 고점이 아니라 위기에서 벗어나 반등하려는 국면이기 때문에, 2007년과 달리 탄탄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한민국 증시가 실제 실력보다 저평가된 점도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매력적이다. 신영자산운용 허남권 주식운영본부장도 “한국 증시가 주가수익비율(PER) 9배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등 다른 시장에 비해 낮게 평가된 만큼 외국인 자금의 증시 유입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저조한 부동산 시장과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국면에 따라 은행예금의 상대적 매력이 크게 떨어진 점도 증시에 우호적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는 게 허 본부장의 판단이다.
삼성자산운용 양정원 주식운용총괄본부장은 이번 상승 국면의 상단을 2,500선까지 잡고 있을 정도다. 그는 “펀더멘털 측면을 보면 지금보다 20~30% 더 상승해도 과열됐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는 힘들어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코스피지수 2,500선 돌파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 한국투자밸류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단 연내 2,000선 돌파는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이런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무너지는 위기는 지나갔고, 지금 국내 증시의 주가 상승은 정상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며 “금융위기 이전에 도달했던 2,000포인트 돌파는 무난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환율 하락으로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악화한 상황에서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난 소니와 토요타, GM 등 글로벌 기업이 내년부터 공격 경영에 나설 경우 국내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엇갈리는 유망업종
연내 증시가 2,000선을 넘을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면서도, 이번 상승국면을 주도할 업종에 대해서는 개개인마다 의견이 달랐다. 하나UBS자산운용 유병옥 주식운용본부장은 “중국 경기가 올 4분기 바닥을 치면서 내년에는 더욱 좋아지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이들 시장에 수출되는 자동차와 IT 등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정원 본부장도 기업 실적 개선을 전제로 IT와 자동차 및 관련 부품업종이 상승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원화 강세와 내수 경기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이채원 부사장과 허남권 본부장은 내수주 위주로의 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허 본부장은 은행, 증권과 고배당주 등 전형적인 내수관련 종목을 유망 업종으로 꼽았고 이 부사장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KB운용 송성엽 주식운용본부장은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가 지속돼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엔진이 계속 가동된다면,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 수준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화학과 비철금속 및 중국관련 소비재 업종에 대한 상대적 강세를 예상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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