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0km에 이르는 유럽의 젖줄 다뉴브강이 유독성 산업폐기물인 슬러지에 오염될 가능성이 커져 비상이 걸렸다. 헝가리의 한 알루미늄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100만㎥에 달하는 슬러지가 유출됐고, 4~5일 후에는 다뉴브 강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옷을 뚫고 주민들에 화상 입혀
4일(현지시간) 헝가리 서부 베스프렘주(州) 여커시(市) 인근 알루미늄 공장의 야외 슬러지 저수조가 폭우와 관리소홀로 파열돼 붉은색 슬러지 100만㎥가 유출됐다. 인근 40㎢의 지역이 슬러지로 뒤덮였다.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으며, 12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알루미늄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슬러지는 물과 중금속이 혼합된 독성물질로 소량의 방사능 물질도 있다. 슬러지에 노출된 수십 명이 화상을 입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슬러지가 옷을 뚫고 스며들어 피부를 태웠기 때문이다. 화학적 화상의 경우는 피부접촉 후 며칠이 지나 독성물질이 인체조직 깊숙이 파고든 후에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가축과 농작물, 주택 피해 등 물적 피해도 약 100억포린트(약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뉴브 강 유입막기 총력전
흘러나온 슬러지는 인근 마르칼 강과 라바 강을 거쳐 다뉴브 강까지 흘러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마르칼 강에서 다뉴브 강까지 거리는 72km인데, 헝가리 당국은 마르칼 강에 1,000톤의 석회를 뿌려 슬러지의 흐름을 막고 중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당국은 마르칼 강이 지나는 인근 바쉬, 죄르-모손-소프론 등 3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다뉴브 유입만은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장을 방문한 핀터 가보르 내무장관은 “슬러지 유출이 아직까진 식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며 “다뉴브 강에 도달하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헝가리 주변국들도 오염 우려
만약 슬러지가 다뉴브 강에 유입되면 헝가리뿐 아니라 다뉴브강 하류에 위치한 세르비아, 루마니아 등 다른 동유럽 국가들도 식수와 환경 오염 위험도 커진다. 헝가리의 졸탄 일레스 환경장관은 이번 사건을 “환경 재앙”이라고 규정했다. 다행이 아직까지 방사능 오염 위험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사고 공장을 소유한 MAL사는 “슬러지는 물에 녹지 않는다”며 “슬러지가 흘러 든 강을 대상으로 수질 표본조사를 실시했는데 재앙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완전제거에 1년 이상 소요
슬러지에 의한 환경 오염은 슬러지를 수거해서 중화시켜야만 가능하다. 일레스 장관은 영국 BBC방송에 “오염지역 토양의 표면 2㎝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며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는 작업으로 유럽연합(EU)에 기술과 금융지원을 요청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EU규정에 따르면 슬러지가 유해한 폐기물로 규정돼 있지 않아 제도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MAL사는 “EU 폐기물 규정대로 관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지 환경단체들은 “저수조에 금이 가서 균열 위험이 있다고 지적이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고 분노했다. 유럽집행위원회 측은 “슬러지가 유해 폐기물로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사안별로 정확히 어떤 물질이 포함돼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헝가리 정부가 이번 유출 슬러지의 분석자료를 보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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