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납부하는 세금의 세율이 환경미화원보다 낮을 것이다. 이런 세금체계는 옳지 않다.”
세계 3위 부자이자 미국의 전설적 투자가 워런 버핏이 “부유층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부자 증세’를 반대하는 공화당을 비판했다. 또 미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가 마치 ‘주말에 복권 파는 교회’같다며 무분별한 탐욕이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버핏은 5일 경제월간 ‘포춘’이 주최한 ‘영향력 있는 여성 서밋’ 초청 강연에서 “미국이 올바른 기능을 하도록 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의 20% 정도의 재원은 보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 돈을 내야 한다”며 “그 돈을 나 같은 부자들로부터 걷지 않는다면 부자들에게 점심 시중을 드는 사람들에게서 거둘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시행된 감세정책 탓에 “내가 운영하는 사무실에서 여비서, 환경미화원을 포함한 전 직원 중에서 내가 가장 적은 세율의 세금을 내고 있다”고 비꼬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부시 전대통령의 감세정책을 2년 연장하되, 연간 수입이 25만달러를 넘는 부유층 가구에 대해선 감세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은 “부자든 빈자든 세금을 올려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의 부자증세는 일자리 없애기”라고 맞서고 있어 이번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버핏은 “미국은 1인당 GDP가 4만5,000달러나 되는 부자나라”라며 “이런 국가에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하는 등 힘겨운 삶을 사는 국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세금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버핏은 또 월가에 대해 경제에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점점 더 카지노처럼 지나친 탐욕에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월가 금융회사 임직원들에게 주어지는 막대한 인센티브 때문에 금융기관이 도박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위험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며, 은행 경영진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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