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갈매기’의 눈물은 3년 연속 계속됐습니다.
프로야구 롯데는 준플레이오프 잠실 원정에서 먼저 2연승을 거두고도 부산 홈에서 2연패했습니다. 쫓기는 쪽은 롯데였죠. 분위기를 뺏긴 후 치른 잠실 5차전은 완패였습니다.
2008년,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의 기쁨도 잠시. 삼성에 3연패로 무릎을 꿇은 롯데는 작년에는 두산을 만나 먼저 1승을 거두고도 내리 3번 졌습니다.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 만족해야 했죠. 올해는 같은 무대에서 같은 팀을 상대로 1승을 더 쌓은 것으로 위안 삼게 됐습니다.
롯데로서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여러 모로 아쉬움이 컸습니다. 타격 7관왕과 연속 홈런 세계신기록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의 이대호를 갖고도 1라운드 통과에 실패했기 때문이죠. 자유계약선수(FA) 모범생 홍성흔과 조성환, 강민호, 전준우 등 안 먹어도 배부를 쟁쟁한 타자들로 시리즈를 준비했지만, 다잡은 고기는 끝내 손아귀를 빠져나갔습니다. 4차전서 잔루만 17개 남기며 4-11로 진 것이 컸습니다.
1, 2차전서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고도 허탈하게 짐을 싼 선수들은 5차전 종료 후 말이 없었습니다. 경기 초반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때문인지 선수단은 담담한 표정으로 덕아웃을 빠져나갔습니다.
오렌지색 봉지를 머리에 달고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원정 팬들만이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보더군요. 한이 서린 “승리의 롯데” 연호 속에 여성 팬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1라운드 징크스는 올해도 계속됐지만 내년에도, 또 언제까지고 ‘부산 갈매기’를 열창할 팬들입니다. 이들은 ‘롯데의 가을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최고의 팬들과 함께’라는 플래카드를 흔들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을 모아놓고 “그래도 너희들이 자랑스럽다”고 어깨를 두드리더군요. 이후 짐을 챙겨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선수들은 위로의 박수를 보내는 팬들에게 일일이 모자를 벗어 인사했습니다.
잠실=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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