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체제의 출범으로 민주당에 새로운 역학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후보나 진영을 중심으로 서서히 세력이 재편되고 있다. 돈과 공천, 당직 등을 매개로 한 '3김 시대'의 계보 정치와는 다른 '신(新) 계보 정치' 시대가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새로 도입된 집단지도체제는 새로운 형태의 계보 정치로 흐를 가능성이 놓다"며 "정치자금이 계파 유지 수단으로 쓰이던 시대는 지났으므로 앞으로는 주요 계보들이 공천권과 당직을 적절히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당권을 접수한 손학규계가 빠르게 신주류로 결집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년간 친노ㆍ486그룹을 주축으로 한 정세균계와 협력적 관계에 있었으나 10ㆍ3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독자세력으로 성장했다. 손 대표의 대선 출마가 유력한 만큼 대표 재임 기간 점차 외연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원내에서는 손 대표의 '복심'이라 할 수 있는 김부겸 의원과 정장선 신학용 우제창 김동철 양승조 조정식 송민순 전혜숙 이찬열 의원 등이 측근으로 분류된다.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등 최고위원 4명을 배출한 '쇄신연대' 그룹도 존재감을 과시하며 핵심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비주류 활동을 해온 이들은 6일 회동을 갖고 향후 진로를 논의한다. 한 관계자는 "당내 세력교체 주장이 실현된 만큼 좀 더 업그레이드된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은 쇄신연대 틀을 유지하며 단일 대오를 유지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정치 노선 등에서 신주류측과 긴장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쇄신연대 소속 최고위원들이 노선에서 차이를 보이는데다 정치적 무게에서도 제 각각이어서 수평적 협력관계를 유지할지는 미지수이다. 일각에선 이합집산을 통해 경선에서 2등을 차지한 정동영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쇄신연대 진영이 재편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최고위원직 사퇴를 검토하다가 5일 당무 복귀 방침을 정한 정세균 전 대표 중심의 구주류 진영은 전대를 거치면서 양대 축이었던 친노진영과 486그룹이 분화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겠다"면서 최고위원단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이 '빅3'에 이어 4위로 지도부에 진입함에 따라 486그룹도 형성되고 있다. 우상호 전 의원은 "486 전ㆍ현직 의원 모임인 '삼수회'를 확대해 독자세력화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김진표 전병헌 강기정 최재성 의원 등이 포진한 정세균계는 원내∙외에서 여전히 만만치 않은 조직을 갖고 있다. 이들은 백원우 이용섭 의원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친노진영과 손잡고 쇄신연대를 견제하는 한편 손학규계와는 협력과 경쟁의 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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