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운전시 면허정지, 수십만원대 과속 범칙금, 무면허운전 사고시 가중처벌….
손해보험업계가 법무당국과 손 잡고 교통법규 위반 시 처벌기준과 강도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국내 교통법규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지 않는 한 ‘교통안전 후진국’오명을 씻을 수도 없고, 사고빈발에 따른 만성적인 자동차보험 적자도 줄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처벌강화에 대한 운전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 법규 개정과정에서 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강화 추진 법규는
손해보험협회는 5일 법무부와 도로교통법 등 각종 교통안전 관련 법규의 선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회 측은 “정부 내 입법담당 부처인 법무부와 MOU를 체결한 자체가 자체가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교통법규 강화에 있어 큰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손보업계가 법 개정을 추진중인 대상은 크게 ▦음주운전 기준 ▦범칙금 수준 ▦운전중 DMB시청 금지(이상 도로교통법) ▦과속ㆍ무면허 운전시 가중처벌(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이다.
음주운전의 경우, 현재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인 단속기준을 0.03%로 낮출 것을 요구 중이다. 2002년 단속기준을 0.05%에서 0.03%로 낮춘 이후, 일본의 음주 교통사고 사망자가 40% 이상 줄었다는 게 주요 근거. 다만 일률 적용보다는 버스ㆍ택시 운전자와 일반 운전자, 21세 이하 운전자 등 운전목적과 연령별로 비율을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선진국에 비해 많게는 수십분의 1에 불과한 과속ㆍ신호 위반 범칙금도 대폭 올리자는 입장. 신호위반 6만원, 과속 3만~9만원(일반 승용차 기준) 수준으로는 운전자가 경각심을 갖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미 일상화된 운전중 DMB 시청도 아예 법으로 금지시킬 태세다. 업계 관계자는 “법률에 금지 근거가 마련되면, DMB 업계도 최소한 운전 중에는 DMB가 작동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가중처벌이 가능한 ‘위험운전치사상죄’에 음주운전만 포함돼 있는 것도 개정 대상이다. 예컨대 ▦제한보다 시속 40㎞ 이상의 초과속 상태나 ▦무면허 운전시 사고를 내는 운전자 역시 가중처벌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넘어야 할 산 많아
법 개정 공감대는 손보업계를 넘어 정부 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 운동을 지원중인 한국교통연구원도 지난달 세미나에서 같은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교통연구원은 법규 강화로 사고를 크게 줄인 포르투갈과 중국 등의 사례를 들어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2003년 국가도로안전계획을 수립한 포르투갈은 교통관련 법률 100여개를 대거 개정해 범칙금 수준을 크게 올리는 한편, 경찰관이 도로 위에서 즉시 징수하는 등의 노력으로 향후 5년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40% 이상 줄였다.
하지만 이 같은 법 개정 시도는 매번 “과도한 처벌이다” “단속의 실효성이 의심된다” “도로ㆍ신호 인프라부터 갖춰라” 등 반대 여론에 밀려 무산돼 왔다. 현재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계류중인 음주운전 기준 강화, DMB시청 금지 법안 역시 비슷한 이유로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주무 부처인 경찰청조차 비난 여론 부담으로 법 개정에 소극적인 게 사실”이라며 “현실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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