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정에서 자라다 아버지를 여읜 데 이어, 1억원에 가까운 빚까지 물려받게 된 중학생이 주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5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군은 태어난 지 26개월 만에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생이별하고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하지만, 2007년 아버지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나 A군에게 가족이라곤 어려서부터 자신을 돌봐 준 고모만 남게 됐다.
천애고아의 신세가 된 A군에게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불행이 닥쳐온 것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자신을 상대로 9,000여만원의 채무를 갚으라는 양수금 청구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생전 처음 듣는 얘기였지만, 알고보니 할아버지가 남긴 빚이 아버지를 거쳐 자신에게로 대물림된 것이었다.
민법에 따르면, 상속인이 넘겨받은 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엔 이를 인지한 날로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신청해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갚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불가능했다. 채권자들이 A군의 친권자인 생모에게 지난해 6월 소장을 보냈는데, 이혼 뒤 연락이 끊긴 생모가 이 사실을 A군 쪽에 알려주지 않아 한정승인 신청 가능기한을 훌쩍 넘겼기 때문.
A군의 고모한테서 이 사연을 접한 법률구조공단은 친권자의 책임을 이행하지 못한 생모의 친권을 상실시키고, 고모를 A군의 후견인으로 지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친권이 남용된 기간에는 행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의 법률행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성년자의 한정승인 신청기간은 친권상실 및 후견인 지정이 결정된 이후부터 개시된다”는 학계의 논리가 바탕이 됐다.
공단은 생모의 친권상실 선고 및 고모의 후견인 지정이 이뤄지자 곧바로 이 같은 주장을 펴면서 한정상속 승인 신청을 냈고, 법원도 “이 아이한테 그런 짐을 지워선 안 된다”며 신청을 받아들였다. A군은 최근 고모한테 정식으로 입양돼 따뜻한 가정을 되찾는 기쁨까지 누리게 됐다.
김정우기자 wo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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