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산삼을 캐러 간 게 아니었어요. 아니어도 그만이란 생각으로 캤는데 맞더군요. 제가 캤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임자가 아니겠어요.”
자연산 송이를 채취하러 갔던 회사원이 우연히 산삼 두 뿌리를 캐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웃에게 모두 나눠줘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 4공장에 근무하는 강도근(49) 대리는 지난 추석 연휴기간 등산을 겸해 자연산 송이를 채취하러 경남 밀양의 얼음골에 들어갔다 평생 한번 보기도 힘든 산삼을 두 뿌리나 발견했다. 사실 산삼을 육안으로 처음 본 강 대리는 긴가민가했다. 빨간 열매에다 다섯 쪽으로 벌어진 잎사귀 등 TV 등에서 본 산삼과 비슷한 것 같아 땅을 파보니 영락없는 산삼 뿌리가 드러났다.
하지만 강 대리는 자신이 산삼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진짜 산삼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구 약령시장을 찾아 전문가로부터 감정을 받았다. 두 뿌리는 모두 50년근으로 판명됐다. 얼마쯤 할까 궁금해 물어봤더니 ‘수요에 따른 시가’라는 대답을 듣고는 두말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애초 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 대리는 우선 한 뿌리를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직장동료의 부친에게 소문내지 않고 건넸다. 또 남은 한 뿌리의 용처를 찾기 위해 회사 측에 “동료나 가족, 이웃 가운데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그러면서 이들이 산삼을 캔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다. 다른 한 뿌리는 호흡기질환 3급 장애를 앓고 있는 북구 중산동의 한 기초수급대상자가 주인이 됐다. 그는 “산삼을 받은 사람은 꼭 드러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강 대리는 “저에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었을 뿐”이라며 “산삼이 약효를 발휘해 기증받은 두 분 모두 건강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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