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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은 조선인 人肉을 조선인에게 먹게 했다" 남태평양 밀리환초 대량학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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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은 조선인 人肉을 조선인에게 먹게 했다" 남태평양 밀리환초 대량학살 확인…

입력
2010.10.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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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2월 28일 늦은 밤, 남태평양의 작은 섬 체르본. 박종원과 김철남 등 수십 명의 조선인이 바닷가 야자수 덤불 속에서 몸을 숨긴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3년 전 일본군에 의해 남태평양 마셜제도 밀리환초(띠 모양으로 연결된 100여 개의 섬 군집 지역)에 속한 이 곳으로 끌려온 이들은 일본군을 유인하러 간 동료를 기다리던 참이었다. 섬에 주둔한 일본군은 총 11명. 이날 밤 한 명씩 유인해 모두 살해할 작정이었다. 박씨는 “일본군이 얼마 전 고래고기를 주고 갔는데 조선인의 인육이었다”며 “이대로 죽을 바에야 일본군을 죽이고 미군에 투항하자”고 독려했다. 당시 섬에는 조선인 120여명이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이들은 오히려 일본군에게 처참하게 살해됐다. 11명 중 4명이 이를 눈치 채고 이웃 섬(루크노르)으로 도망가 ‘토벌대’를 데려와 역공을 펼쳤기 때문이다. 기관총으로 무장한 일본군 토벌대에 조선인은 속수무책으로 학살됐다. 생존자 이인신씨는 회고록에서 “당시 야자수 위로 피신해 목숨을 건진 생존자는 15명뿐이었다”고 전했다.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밀리환초 조선인 저항사건과 일본군의 탄압 진상조사 보고서’를 5일 공개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미군의 포위로 일본군과 징용 조선인 등 5,300여 명이 머물던 이 곳에 보급이 끊기면서 일본군의 엽기적인 식인사건이 발생했고, 조선인이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 대량 학살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이인선씨 등 강제 동원됐던 생존자의 증언, 사건의 기록이 담긴 일본 정부의 공식 문서인 ‘구(舊)해군 군속 신상조사표’ 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연구 진행자인 조건 전문위원은 “일본군 식인사건은 적지 않은 정황 자료와 생존자 증언 회고를 통해 사실로 판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100여명의 조선인 피해자 중 신원이 확인된 32명에 대해 유족의 신청이 있을 경우 1인당 2,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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