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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모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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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모든 밤

입력
2010.10.0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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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하

삶과 함께 자란 내 모든 눈물과그 눈물이 기억하고 있던 육체와그 육체가 팔짱 끼던 8월의 바람과함께 펄럭이던 내 모든 죽음은 정답다

동해와 함께 자란 내 모든 파도와그 파도가 추억하고 있던 모래알과그 모래알에 누워 받던 9월의 별빛과함께 뒤척이던 내 모든 밤은 뜨겁다

●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던 구월은, 돌아보니 서늘했네요. 본지보다 더 두꺼운 부록처럼 비가 많이 내렸네요. 이럴 때 이따금 기상청에 있다는 슈퍼컴퓨터를 생각합니다.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에 있는 슈퍼컴퓨터 3호기에는 중앙처리장치가 9만개 정도가 있어서 계산능력이 682.9테라플롭스, 즉 1초에 682조9,000억회의 계산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5억5,300만명이 1년 동안 계산해야 할 양이랍니다. 그럼에도 슈퍼컴퓨터의 예보가 할머니의 예측보다 못할 때가 있지요. 1초에 682조9,000억회나 계산해야만 하는 슈퍼컴퓨터의 노고를 상상해봅니다. 그리고 또 할머니의 삶을 생각합니다.

슈퍼컴퓨터를 능가한다니, 할머니는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산 것일까요. 모든 밤이 뜨거울 리는 없겠지만, 한 사람이 살아온 모든 밤은 뜨겁게 기억되어야만 할 겁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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