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발생한 부산 우신골든스위트아파트 화재가 외관 마감재로 사용한 알루미늄 패널 때문에 피해가 커진 것으로 드러났으나 건축물 외장재 관련 규정은 아직 없다. 더구나 국회와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관련 법안을 마련했으나 지금도 시행령에서 외장재를 불연재로 하느냐, 준불연재로 하느냐를 놓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4층에서 난 불이 불과 10여분 만에 외벽을 따라 38층 꼭대기까지 번졌다. 목재 등 가연재보다는 불에 강하지만 불연재와 준불연제보다는 약한 난연재인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패널의 문제점은 갑작스런 게 아니다. 2007년 5월 28일 발생한 경남 창원시 중앙동 A영화관(지상 12층) 화재 때 3층 냉각탑에서 난 불이 알루미늄 패널을 타고 16분 만에 12층까지 번져 이번 화재처럼 외벽과 옥상 시설물들을 모두 태웠다. 당시 소방 당국은 불이 빠르게 번진 이유로 알루미늄 패널을 지목했다.
이어 2008년 6월 24일 발생한 서울 강남구 H빌딩(지상 18층) 화재 때도 알루미늄 패널의 위험성이 제기됐다. 당시 건물 1층 외벽 에어컨 실외기 위에 버려진 담배꽁초에서 발화됐으나 알루미늄 패널을 따라 삽시간에 위로 번져 건물 오른쪽 부분이 1층에서 18층 공조기실 꼭대기까지 탔다.
국회는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12월 건축법(52조)을 개정, '외벽은 방화(防火)에 지장이 없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했다. 하지만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라는 모호한 문구 때문에 준불연재인지, 불연재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런 부실한 법안의 시행을 1년 간 법안을 유예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소방 관계자는 "알루미늄 자체는 준불연재지만, 패널은 인화성이 강한 폴리에틸렌(PE) 수지를 알루미늄 판 사이에 끼워 둔 것이어서 난연성 재료에 가깝다"고 말했다. 법안이 표류하는 사이 화재에 취약한 외장재가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행령에서 외장재 규정을 명확하게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국토해양부와 소방 당국의 견해가 맞서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준불연재로도 건물 외벽의 화재 확산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시멘트 콘크리트 타일 등 불연재로만 사용토록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방 당국은 이번 화재에서 보듯 고층 건물 화재 때는 사다리차 등 소방 장비가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불연재를 사용토록 하는 등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현행 소방법규는 실내 화재 예방 중심이어서 건물 외벽까지 구체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며 "건물 외장재를 불연재로 사용토록 하고, 외벽 마감재료와 외벽 사이도 내화재료로 채우도록 법령 개정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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