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배우 신영균(82ㆍ전국민영방송협의회 회장)씨가 500억원 상당의 개인 재산을 문화예술계에 기부한다. 신씨의 기부는 영화계 인사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다.
4일 영화계에 따르면 신씨는 서울 중구 초동 명보아트홀(옛 명보극장)과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영화박물관인 제주 신영영화박물관을 영화계 등 문화예술계의 공유 재산으로 기증할 예정이다.
신씨는 5일 오후 부인과 차녀, 영화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기부의 배경과 구체적 방법 등을 밝힌다. 신씨의 한 측근은 “신 회장은 오래 전부터 재원 부족으로 문화예술계의 발전이 더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번에 기부하는 재산이 젊은 문화예술 인재의 발굴과 육성에 사용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가 기부할 것으로 알려진 명보아트홀은 1957년 명보극장으로 개관한 후 2008년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신씨는 1977년 명보극장을 인수해 30년 넘게 운영해 오고 있다. 이 측근은 “명보아트홀은 재개발할 경우 가치가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문을 연 제주 신영영화박물관도 100억원 가량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양옥 신영영화박물관 관리팀장은 “건립 당시 부지 비용 빼고도 100억원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따라서 신씨가 기부할 부동산의 평가액은 600억원가량에 달하지만 신씨는 “영화박물관의 가치는 잘 알 수 없고 굳이 금액을 크게 말할 필요가 있나. 500억원으로 발표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928년 황해도 평산군에서 태어난 신씨는 서울대 치대 졸업 뒤 해군 군의관, 치과의사 등으로 일하다 1960년 32세 때 영화 ‘과부’에 출연하며 배우로 데뷔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극단 청춘극장에 입단했고, 대학 시절엔 연극부를 창립하는 등 연기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후 그는 ‘연산군’ ‘상록수’ ‘빨간 마후라’ 등에서 주연으로 선 굵은 남성적 연기를 펼치며 한국영화계의 대표적 배우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1978년 ‘화초’까지 모두 294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3차례, 아시아태평양영화제 남우주연상을 2차례 받았다.
1996~2004년에는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소속 전국구로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 회장을 3차례(1981~1983, 1993~1998년) 역임했다. 신씨가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전국민영방송협의회는 SBS와 지역 지상파 방송 등 민영방송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영화계 최고의 재력가로 꼽히는 신씨는 한주흥산 회장과 SBS 창립주주 이사, SBS프로덕션 회장 등을 거쳐 SBS 주식 4.02%(평가액 216억원)를 보유하고 있고, 제주국제자유도시방송(JIBS) 명예회장이자 최대 주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제주도 땅 5만평 개발 계획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상속도 이미 오래 전 끝내 이번 기부가 상속 전 세금 혜택 의도 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더 의미있는 기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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