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유지ㆍ관리에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고속도로에 갑자기 뛰어든 야생동물로 인해 2차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도로공사 책임은 없다는 고법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1부(부장 김주현)는 그린손해보험사가 고속도로에 야생동물 방지 울타리가 없어 2차 교통사고가 났다며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지점이 동물 출현의 위험성이 높은 구간이라고 볼 수 없고, 도로공사가 사고 지점을 정기적으로 순찰하고 있는 점, 야생동물 출현으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해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고 감시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점을 볼 때 고속도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전국 어느 고속도로든 주변의 민가에서 사육하는 가축이나 야생동물이 도로에 출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고속도로 전 구간에 동물의 출입을 차단하기 위한 완벽한 방책을 설치하는 것은 경제적ㆍ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유모씨는 2008년 6월 30일 오전 3시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부근 부산방면 경부고속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 갑자기 뛰어든 고라니를 들이받고 정차한 사이에 뒤따르던 싼타페 차량이 들이받아 숨졌다.
싼타페 운전자의 보험사인 그린손해보험사는 유족에게 2억3,500만원을 지급한 뒤 도로공사를 상대로 1억1,7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울타리 일부분을 설치했으나 미비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도로공사에 20% 책임이 있다”며 4,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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