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대학입시철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걱정과 긴장으로 잠을 설치고, 시험 대비와 함께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당장 대학입학의 성공이 중요하다 보니 대학 선택이나 전공 선택은 성적에 맞추게 되는 일이 생기고, 요즘 인기직업의 판도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상당히 근시안적이고 무모하다. 전통적 인기 직종인 의사와 변호사가 공급 과잉의 문제로 직업안정도가 예전같지 않다고들 하지 않는가? 최고의 인기학과였던 한의학과도 유사한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의학전문대학원이 생기면서 생물학과에 쏠림현상이 생기고 정작 생물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입학도 못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의학전문대학원이 대부분 문을 닫을 거라고 하니 수험생들은 혼란스럽다.
그래서 시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꼭 정답은 아닌 것이다. 세상의 변화와 미래사회의 모습에 대한 조금 더 큰 스케일의 고민과 통찰이 당장의 선택에도 필요하다. 이러한 성찰은, 수험생이 대학을 낮출 것인가 학과를 낮출 건인가와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결정을 할 때도 도움이 된다.
입시 얘기가 나왔으니, 이공계 진학에 관한 사회적 시각의 변화를 관찰해보자. 이공계 홀대가 사회문제가 된 것은 꽤 되었다. IMF 위기 중에 과학자들이 대거 직업을 잃는 것을 보며 아들딸의 이공계 진학을 반대하겠다는 부모가 늘어났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그 사이 이 땅의 과학기술자들은 대단한 노력을 해왔고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원전을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고, 고속철도 수출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각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출현하고 있고, 외국의 한 대학평가에서 국내 이공계 대학이 세계 28위를 하는 이변도 생겼다. 아이폰엔 밀렸지만, 데이터 통신료를 엄청나게 낮추는 등 국내무선통신 시장의 패러다임까지 바꾸어가며 대응하고 있다.
이제는 과학기술을 한 나라를 먹여 살릴 미래의 먹거리로 보아야 한다. 며칠 전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상설화 및 위상 강화방안이 발표된 것도 이러한 각성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행정위원회는 헌정사상 초유라고 하고 그래서 위헌 논란도 있긴 하지만, 이전의 과학기술부보다도 더 강화된 과학기술 지원부처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자 취업기회 확대와 연구비 증액 등을 통해 일반 연구자가 즐겁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돕고, 노벨상이나 필즈상 같은 세계적인 과학상 수상자가 출현할 수 있는 토대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몇 차례의 외부 연설에서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과 한국 사회의 교육투자를 언급한 적이 있다. 지난주에는 위스컨신대학에서의 연설에서, 공화당이 추진하고 있는 감세안이 관철된다면 교육투자가 격감할 텐데, 한국에서는 교육에 대한 투자가 줄고 있는가라고 물으며 우려를 표명했다.
입시지옥의 문제, 전인교육의 부재, 과도한 사교육 등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교육의 화두는 여전하지만, 이는 모두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교육열을 반영하는 공통점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이는 우리나라가 가진 경쟁력의 원천이고 이제까지의 성장을 견인한 열쇠인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해결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가진 장점을 다 부정해야 할까?
수학분야의 최고상인 필즈상 수상자에게 수여되는 메달에는 라틴어로 다음의 문구가 쓰여져 있다. "스스로를 극복하고 세계를 움켜쥐어라." 입시로 인해 불면의 밤을 보내는 수험생들에게 곱씹어 보기를 권한다.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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