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영(사진) 독일 주재 한국대사는 3일(현지시간) “요즘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권력 세습과 천안함 사태 등으로 20년 전 독일의 상황보다 훨씬 불확실하다”며 “통일 준비 단계에서부터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다양한 급변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사는 이날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독일은 시대 흐름을 잘 활용했기 때문에 분단 40년 만에 통일을 성취할 수 있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1980년대 후반 탈냉전이 세계사적 조류가 될 것임을 간파하고 서둘러 동ㆍ서 통합을 완결지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독일의 내적 통합 속도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동ㆍ서독 주민들 간의 갈등의 골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앞으로 분단 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문 대사에 따르면 이질감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경제적 격차는 이제 상당 부분 좁혀졌다. 그럼에도 동독 주민의 피해 의식이 워낙 커서 독일 정부가 최근에야 국민의 인식 전환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문 대사는 또 독일 사례를 들어 설익은 통일 비용 논의의 위험성을 우려했다. 그는“독일은 통일 재원을 무엇으로 규정할지, 어떻게 충당할지, 어디에 써야 할지 등 기초 합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을 투입해 실수와 오류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문 대사는 “독일 정부가 지금까지 동독 지역에 지원한 자금의 절반 이상은 소모적인 사회보장성 경비에 소진됐다”며 “통일을 미래를 위한 투자의 계기로 만들려면 논의의 초점을 ‘통일 한국’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맞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레멘=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