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를 비롯한 각종 비엔날레와 해외 유수의 미술관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을 알리고 있는 개념미술가 김소라(45)씨와, 웹아티스트그룹 장영혜중공업이 오랜만에 국내 관람객들과 만난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개막한 김소라씨의 개인전은 2007년 국제갤러리 개인전 이후 3년 만의 국내 전시다.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기 위해 제목도 달지 않았다는 이번 전시에서는 별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다양한 오브제들이 모여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커다란 숫자 조각들이 전시장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64개의 스피커를 통해 수산시장, 식당 주방, 동물원 등 다양한 곳에서 채집된 소리들이 뒤섞여 흘러나온다. 폭풍우에 쓰러진 나무, 해변에 떠내려온 부표를 FRP로 캐스팅한 작품들도 스피커 전선과 얽히며 새로운 관계를 이룬다. “왜?”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지만, 작가는 의도를 설명하지 않는다. 숫자 조각 작품의 제목은 아예 ‘왜냐고 묻지 마세요’다. 김씨는 “치밀한 계획에 따른 작업보다 오브제 자체가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관람객 각자의 관점으로 자유롭게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2월 5일까지. (02)544-7722
장영혜씨와 미국인 마크 보주로 구성된 장영혜중공업은 플래시 프로그램을 이용한 텍스트 애니메이션 작업을 한다. 7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개막하는 ‘다운 인 후쿠오카 위드 디 벨라루시안 불르즈’는 2004년 로댕갤러리 전시 이후 6년 만의 전시다.
그간 ‘삼성’ 프로젝트 등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권력, 욕망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을 주로 선보였던 것과 달리 이들의 이번 전시는 예술가의 상처와 고뇌라는 보다 내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정신이 나가서 자기를 떠나지 말라고 빈다’ ‘총알은 아직 내 왼 손목에 박혀있다’ 등 8점의 작품은 1873년 프랑스 시인 폴 베를렌이 랭보에게 총을 쏜 사건에다, 현재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덧대놓은 것이다.
전시장 곳곳에 세워진 가벽, 비스듬히 걸린 대형 LED모니터에는 영어와 한글 텍스트가 음악에 맞춰 춤추듯 나타나며 관람객의 감성과 호기심을 동시에 건드린다. 장영혜중공업은 프로필이나 얼굴 대신 자신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웹사이트(yhchang.com)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11월 7일까지. (02)2287-3500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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