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3부(부장 이대경)는 김모(62)씨가 “사육곰은 사유재산에 해당하고 개량종이라 멸종위기종으로도 볼 수 없으니 곰기름을 화장품 제조에, 발바닥을 요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한강유역환경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달리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ㆍ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에 따른 국제 멸종위기종이므로 원칙적으로 수입 당시의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는 1985년 곰의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93년 CITE의 가입으로 곰의 상업적인 국제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현재 이 협약 등으로 인해 본래 사육ㆍ번식시켜 재수출할 목적으로 (1985년 이전에) 수입했던 곰을 재수출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우리 관계 법령에서 정한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가공품의 재료로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야생동ㆍ식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재수출을 위해 수입 또는 반입해 사육중인 곰을 가공품 재료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85년 이전 수입된 반달가슴곰은 24살 이상, 이 곰으로부터 증식된 반달가슴곰은 10살 이상이면 지방환경관서의 장에게 승인 신청이 가능하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김씨의 반달가슴곰(86년생)은 재수출할 목적으로 수입된 어미에게서 번식된 개체로 용도 변경 신청 당시 가공품 재료로써 처리 가능 기준인 10세를 넘기고 있다”며 “김씨는 곰기름을 비누, 화장품 등의 제조에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곰 발바닥을 음식 재료로 사용해달라는 김씨의 요구는 ‘가공품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배척했다.
이어 “야생동ㆍ식물보호법 등 관계 법령을 정비하면서 곰의 재수출이 금지되는 등 김씨의 재산권 행사가 일부 제한 받게 됐지만 이는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고 사람과 동ㆍ식물이 공존하는 자연환경을 확보한다는 공익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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