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에드먼즈시에 있는 유기농 전문 마트 ‘PCC 내츄럴 마켓’. 점심 시간을 맞아 장 보는 사람들과 카페테리아에서 유기농 점심을 먹으려는 이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2008년 9월에 문을 연 이 매장에서는 2만6,000여 가지의 식료품과 잡화를 팔고 있다. 이 마트를 이용하려면 60달러를 내고 평생 회원에 가입해야 하고, 이들 회원이 모여 주요 의사 결정을 하는 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루디 비알릭 대외업무 책임자는 “매장 제품의 94%는 100% 유기농 제품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워싱턴주 농가에서 납품 받고 있다”며 “농산물이나 원료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더 좋은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 되도록 가까운 곳에서 공급 받는다”고 말했다.
14살, 11살 두 아이를 키우는 간호사 출신 주부 데보라 하그로브씨는 “일반 마트를 주로 이용하다 아이들 건강을 신경쓰기 시작하면서 이곳으로 바꿨다”며 “품질이 뛰어나고 유기농이면서도 맛도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부 캐롤 구힌씨는 “일반 제품보다 유기농 제품의 값이 비싸지만 회원들에게 주는 할인 쿠폰, 할인 행사 등을 잘 활용하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워싱턴주에만 9개 매장을 운영 중인 PCC내츄럴마켓의 매출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2007년 약 1억1,520만 달러에서 2008년 1억3,319만 달러, 지난해에는 1억3,791만 달러를 벌었다.
이는 최근 미국 내에서 불고 있는 유기농 열풍의 한 단면이라는 게 비알릭씨의 설명이다. 미국 내에는 이 곳 말고도 ‘홀푸드마켓’(Wholefoodmarket) 등 유기농 전문 마트의 매장 수는 계속 늘고 있다. 또 농부들이 소비자들과 만나 유기농 제품을 파는 직거래 장터(Farmer’s Market)도 8년 만에 2,000개 가까이 늘었다. 미 유기농무역협회(OTA) 관계자는“소비자들이 유기농을 많이 찾다 보니 일반 대형마트도 유기농 제품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현재 미국 내에서 팔리는 유기농 제품의 절반(식품의 54%, 비식품의 44%) 정도는 일반 마트에서 팔리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미국 내 유기농 식음료의 판매량(2008년 기준)은 2000년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고 현재 미국 내 모든 가공 식품의 4%가 유기농 식품이 차지할 정도다. 2012년에는 유기농 식품의 판매량이 지금보다 30% 이상 늘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는 갈수록 건강을 중시하는 미국인의 식생활 변화와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3명 중 2명은 최근 생활비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줄이는 항목으로 ‘외식’을 꼽았다. 반면 응답자의 22%는 외식은 최대한 줄이고 집에서 요리해 먹는 등 생활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했고, 63%는 6개월 전과 비교해 더 많이 식재료를 사서 요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 이들이 주로 택하는 식재료나 요리가 바로 유기농을 택하고 있다. 실제 73%의 미국인이 지난해 유기농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직접 유기농 텃밭을 가꾸는 이들도 늘고 있다. 시애틀시의 시애틀스 틸스(Seattle’s Tilth)내 정원. 이 곳은 일반인에게 음식물쓰레기, 짚단을 비료로 이용하거나 쓰고 버린 컨테이너를 화분으로 활용하는 등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만으로 채소, 꽃 등을 가꿀 수 있도록 유기농 경작 방법을 교육하는 비영리기관이다. 30년 전 이 곳을 세운 안드리아 드웨이어씨는 “일반인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이 5년 새 2배로 늘었다”며 “시애틀 인근에 6개의 정원을 운영 중인데 이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인의 심각한 비만 문제와 유기농 먹거리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 뒷 뜰에 직접 유기농 텃밭을 가꾸면서 바람이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지난해 유기농 씨앗 판매량도 37%나 증가했다. 드웨이어씨는“정부가 경제 부흥책으로 유기농과 음식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리고 있고 우리 역시 정부 예산을 지원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시애틀ㆍ에드먼즈(미국)=글ㆍ사진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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