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령탑을 맞이한 LG전자가 '구본준 호'출항의 닻을 올렸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1일 공식 부임해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등 새로운 경영 체제 구축에 나섰다. 구 부회장은 이날 출근하자마자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리 손으로 LG전자의 명예를 되찾자"고 부임 일성을 밝혔다.
구 부회장이 경영 쇄신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위기 상황에 몰린 LG전자의 구원투수 역할을맡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9% 줄어든 1,262억원을 기록하며 10년 내 2분기 실적으로는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휴대폰 사업은 스마트폰 출시가 늦어지며 무려 1,19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구 부회장은 "지금 우리는 매우 힘든 상황이고, 특히 휴대폰 사업이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잠시만 방심해도 추월당하는 냉혹한 게임의 법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구 부회장이 위기 탈출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혁신제품 지속개발, 최고 품질 확보, 고객을 우선한 사업전략, 인재 육성, 자율과 창의의 조직 문화 등 5대 중점 과제다. 그는 "다시 도전하자.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며 "냉철하게 돌아보며 잘못된 것을 빨리 고치고 잘하는 것은 더욱 발전시키자"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를 위해 구 부회장은 글로벌마케팅과 신성장동력기술부문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고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HE사업본부장이었던 강신익 사장을 LG전자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신설조직인 글로벌마케팅 담당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백우현 사장을 역시 신설조직인 신성장동력기술담당에 임명했다. LCD TV사업부장인 권희원 부사장은 TV 사업 총괄인 HE사업본부장을, 박종석 MC(휴대폰)연구소장(부사장)은 MC사업본부장 겸 스마트폰 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휴대폰(MC) 사업을 총괄했던 안승권 사장은 CTO로 이동했다. 스마트폰사업부장을 맡았던 이정준 부사장은 PC사업부장, MC연구소 개발2실장인 정옥현 전무는 MC연구소장으로 각각 옮겼다.
연말 정기인사보다 앞당겨 실시된 이번 사장단 인사는 당초 부진한 2분기 실적 때문에 사업본부장이 모두 바뀌는 큰 폭의 경질이 예상됐으나 휴대폰(MC)과 TV(HE) 사업부문만 바뀌어 경질 보다는 자리 이동 위주로 이뤄졌다. 그만큼 조직을 흔들기보다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변화 속 안정을 추구한 인사로 풀이된다.
구 부회장의 부임과 동시에 사장단 인사가 완료된 만큼 후속 임원급 인사도 조만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예상보다 신속하게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며 "신설 조직에 대한 후속 인사 및 승진 인사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 부회장은 이사회와 정기 주총을 거쳐 내년 3월께 대표이사에 취임할 예정이다. 남용 부회장은 그때까지 대표이사 직을 유지하지만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LG전자 인사
▦글로벌마케팅담당 강신익 ▦신성장동력기술담당 백우현 ▦최고기술책임자 안승권 ▦HE 사업본부장 권희원 ▦MC사업본부장 겸 스마트폰 사업부장 박종석 ▦PC사업부장 이정준 ▦MC연구소장 전무 정옥현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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