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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팔순할머니와 젊은 백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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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팔순할머니와 젊은 백인 남자

입력
2010.10.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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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넘긴 할머니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시다가 엘리베이터가 위에서 멈추었는지 한참을 기다려도 내려오지 않자 걸어 내려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문을 여셨다.

문을 여는 순간 젊은 백인 남자가 서 있었다. 이 때 재치 만점 할머니 하시는 말씀. “아이 엠 쏘리.”

백인 남자가 재빠르게 할머니의 말씀을 받아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영어를 아주 잘하시네요.”

할머니는 문을 열었을 때 혹시 백인 남자가 다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어 백인 남자가 알아듣기 쉽도록 영어로 얘기하셨던 것인데, 백인 남자도 할머니가 알아듣기 쉽도록 우리말로 했다.

‘외국인이 이국 땅에 와서 얼마나 외롭고, 또 말이 통하지 않았을 때 오죽 답답했을까?’라는 생각으로 할머니는 그 외국인 남자에게 영어를 사용하셨을 터이고, 외국인 남자도 할머니의 영어 표현을 듣고 푸근한 미소로 한국말로 답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엿볼 수 있었다.

요즘 우리 주위에는 다문화 가정의 우리와는 좀 다른 모습들이 눈에 많이 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길을 오고 갈 때 스치는 그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말 한마디 건넬 때에도 그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 마음을 열어 친절하게 대한다면, 그들 마음 속에 우리 대한민국은 진정 살기 좋은 아름다운 나라로 자리잡아 외롭지 않게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할머니의 외국인에 대한 잠깐의 배려가 외로운 외국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 것 같아 내 마음도 덩달아 좋았다.

홍영복 서울마포초등학교 교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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