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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37층 주상복합서 큰 불/ 황금색 외벽 페인트가 불길 상층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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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37층 주상복합서 큰 불/ 황금색 외벽 페인트가 불길 상층부로 옮겼다

입력
2010.10.0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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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불이 났다면 어쩔 뻔했어요.”

1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구 수영만매립지)의 37층짜리 주거용 오피스텔 우신골든스위트아파트 화재 피해 주민들과 시민들은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아 천만다행이지만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혀를 찼다.

특히 주민들은 "관리사무소가 초기에 안일하게 대응한 데다 소방 당국의 초동 진화도 적절치 못해 피해를 키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상당수 주민들은 한때 화재 현장 소방지휘본부와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불은 대수롭지 않게 시작됐다. 오전 11시20분께 4층에 위치한 미화원작업실 쪽에서 발화돼 소방관들이 도착한 시각까지는 크게 번지지 않았다. 더구나 관할 해운대소방서와는 직선거리로 불과 수백㎙다.

하지만 불은 인화성이 강한 외벽 패널을 타고 쌍둥이 건물 2개 동을 연결하는 통로를 태운 뒤 중앙계단을 타고 펜트하우스를 거쳐 옥상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주민 홍모(21ㆍ여)씨는 "119구조대 사이렌 소리를 듣고 5분 가량 지나자 TV가 꺼지며 단전돼 불이 난 사실을 알고 문을 나섰지만 시커먼 연기 때문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아 한동안 집안에 갇혀 있다 가까스로 대피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전했다.

다른 주민 이모(55ㆍ여)씨는 "처음 소방관들이 왔길래 5, 6층 유리창을 깨고 빨리 불을 끄라고 했지만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며 미적거렸고, 그 사이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말했다.

불길이 순식간 크게 번진 데는 황금색의 돋보이는 외관을 위해 외벽 마감재로 사용한 알루미늄패널과 단열재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알루미늄패널은 통상 12㎜ 두께에 가로, 세로 1㎙ 크기로 잘라 철제 빔이나 벽면에 약간의 공간을 두고 붙이는 방식으로 시공한다. 문제는 알루미늄패널이 지진에는 강하지만 화재에 취약하고, 패널 바깥 부분에 특수페인트로 색을 내는데 이 페인트가 불길을 옮기는 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또 이런 방식의 건축에는 실내온도 보호를 위해 스티로폼 등을 함께 사용하는데 이런 단열재도 화재에 극히 취약하다.

화재가 난 건물도 4층에서 발화한 후 V자 모양을 그리며 위쪽으로 확산됐는데 외벽 알루미늄패널과 내부 단열재가 불길을 위쪽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화는 4층 미화원작업실에서 났는데 다른 곳에는 대부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만 이 방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규상 4층은 스프링클러 설치의무지역이 아니어서 법규 미비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한 주민은 "이 방은 원래 골프연습장인데 미화원작업실로 바뀌었다"며 "용도 변경 후 안에서 자주 소각 작업을 했는데 이런 곳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주상복합건물이어서 아래 상가에서 불이 나면 위층 주거 공간이 취약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날 불은 오후 6시49분께 완전 진화됐다. 경찰은 4층 미화원작업실에서 불이 났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미화원과 관리사무소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인을 조사하고 있다.

해운대 동백섬이 바라다보이는 초고층 고급주택단지에 위치한 이 오피스텔은 지상 37층, 지하 4층(66~90평형 202가구) 규모로 2005년 12월 준공됐으며 황금색 외벽 때문에 '황금빌딩'으로 불렸다.

부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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