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골든스위트아파트 화재 사건은 최근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초고층 건물이 화재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전국적으로 아파트와 복합건축물을 포함해 지상 11층 이상의 고층 건물은 전국적으로 8만3,725곳이나 되지만 이들 건물에 대한 전문적 화재 대비책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소방 당국이 보유한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사다리차 등 소방장비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이날 화재에서 드러났듯이 그마저 20층 이상 건물의 화재 진압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 굴뚝효과로 매연이 급격히 내부로 퍼져나갈 위험이 큰 데다 창문이 없거나 매우 작게 설계돼 진압 활동에 장애 요인도 많다. 화재 확산을 막아주는 기능을 하도록 설계된 발코니를 용도 변경하는 사례도 많아 위험을 키우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초고층 건물에 불이 나면 피해는 매우 크지만 진화는 사실상 스프링클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초고층 건물은 구조 작업도 어렵다. 상층부로 불길과 연기가 확산되면서 신속한 대피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31층 이상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은 화재에 더욱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저층에 상대적으로 화재 가능성이 높은 상가가 많고 고층부에는 주거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고층으로 확대되면서 인명피해가 커진다. 서울에만 31~40층 주상복합건물이 84곳이고 41~50층은 26곳, 51~60층은 7곳, 61층 이상도 3곳이나 된다. 31층 이상 아파트도 76동이나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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