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이 당초 예상대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간의 ‘현대가(家) 경쟁’으로 최종 압축됐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1일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현대그룹 컨소시엄과 현대차그룹 2곳이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마감을 앞두고 한때 인수전 참여설이 나돌았던 중동계 자본은 의향서를 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두 현대가 그룹은 채권단이 내놓은 현대건설 지분 34.88%(3,887만9,000주)를 놓고 올 연말까지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이게 됐다. 예상 매각가격은 이날 현대건설 종가(1만6,000원)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약 3조5,000억~4조원으로 추정된다. 채권단은 다음달 12일 본입찰을 실시한 뒤, 연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인수전 승리를 위한 양측의 전략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현대그룹은 이날 전략적 투자자(SI)를 끌어들여 컨소시엄 형태로 의향서를 제출했다. 현대차그룹에 비해 열세로 지적받는 인수자금 문제를 보완하려는 조치다.
현대그룹이 택한 파트너는 독일의 하이테크 전문 엔지니어링기업 M+W그룹. 1912년 창립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M+W그룹은 첨단기술시설, 생명과학산업, 태양광발전 등 에너지 및 환경기술ㆍ하이테크 기반시설 분야에서 세계적인 건설업체로 지금까지 200개 이상의 반도체 공장과, 총 7,700MW 이상 태양발전소 등을 세웠다. 오너인 조지 스툼프 회장은 26세에 오스트리아 빈의 최고층 빌딩인 50층짜리 밀레니엄 타워를 세운 기업가로 유럽내 입지전적 기업가로 알려져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하이테크 엔지니어링 등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M+W와의 제휴로 현대건설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세계적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인수자금 열세를 만회함과 동시에, 채권단이 매각 기준으로 천명한 ‘인수가격과 경영능력’ 측면에서의 강점을 부각시키려는 다목적 카드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다음달 본입찰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대그룹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최근 현대그룹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전 회장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TV광고까지 내보내는 것에 대해 맞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인수전이 과열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지만 향후 현대그룹의 행보에 따라 대응 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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