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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서의 고전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키워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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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서의 고전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키워드’ 번역

입력
2010.09.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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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ㆍ문화적으로 중요한 단어의 의미를 역사적으로 분석, 풀이한 영국의 문화비평가 레이먼드 윌리엄스(1921~1988ㆍ사진)의 (민음사 발행)가 국내 처음으로 번역됐다.

1975년 첫 출간된 는 일종의 개념어사전이면서 문화비평서의 고전으로 꼽힌다. 번역판은 1983년 발행된 제2판이 저본으로‘culture’(문화), ‘folk’(국민, 민중), ‘revolution’(혁명) 등 131개의 단어를 수록했다.

윌리엄스는 라틴어, 고(古)영어, 현대 속어까지 꼼꼼하게 훑으며 한 단어가 시대에 따라 어떤 뜻으로 쓰였고 그 의미가 어떤 이유로 변모했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단순히 단어 뜻풀이가 아니라 한 단어의 해석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각축의 흔적을 드러낸다. 그것을 통해 단어 배후의 권력구조를 규명하자는 것이 윌리엄스의 의도이다. 따라서 사전 형식이지만 굳이 객관성, 중립성을 표방하지 않는다.

윌리엄스는 1970~80년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며 반핵운동, 평화운동, 신좌파운동에 적극 개입했던 문화이론가로 특히 계급이나 집단과 관련된 단어에서 자신의 정치성을 또렷이 드러낸다. 예컨대 ‘대중’(Masses)이라는 항목에서 그는 대중을 바라보는 자본과 노동, 좌파와 우파의 상반된 시각을 두루 설명한다. ‘매스미디어’(mass media)에 쓰이는 대중을 그는 “개별 가정에 상대적으로 고립된 시청자”라고 설명한다. 이 단어에는 대중을 정치적으로 각성하지 못한 단순한 소비자로 보는 우파(자본)의 시각이 녹아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중집회’(mass meeting), ‘대중운동’(mass movement)에 쓰이는 대중의 의미는 정반대다. 그는 이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혁명 전통의 표현”이라고 풀이한다.

번역자인 문화평론가 김성기(50ㆍ전 한일장신대 교수)씨는 “단어의 배후에 여러 문제가 깔려 있음을 지적하고 각각의 단어가 왜 그러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더 나아가 어떤 권력구조와 상호작용하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하나의 시점을 제시해준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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