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이제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일까. 실물경제 회복세를 주도해 온 반도체, 자동차 등의 부진에 생산, 소비는 물론 경기지표까지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시적 둔화인지 추세적인 전환인지 아직 판단은 이르지만, 가파른 경기 회복세에 브레이크가 걸린 건 분명해 보인다. 기업과 소비자들의 체감경기 역시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생산은 전달에 비해 1.0% 감소(전년동월비는 17.1% 증가)했다. 전월비 광공업생산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작년 10월(-3.0%) 이후 10개월 만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전달보다 3.0%포인트 떨어지면서 81.8%에 그쳤다. 생산 만이 아니라 소비도 전달보다 0.7% 감소하며 뒷걸음질쳤다.
무엇보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동행지수가 하락한 것은 작년 12월(-0.1포인트) 이후 8개월 만에 처음. 추세적으로 보자면 작년 2월 저점을 찍은 이후 17개월 간 이어져 온 상승 흐름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지표가 급격히 악화된 건 그 동안 실물경제 회복을 주도해 온 자동차와 반도체의 부진 탓. 자동차는 수출 부진과 휴가철을 맞은 라인 교체 등의 영향으로 전달보다 생산이 무려 13.3% 줄었고, 반도체 역시 창고에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생산이 전달보다 감소(0.5%)했다.
물론 8월 한 달 지표만을 가지고 경기 회복세가 꺾였다고 보긴 쉽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계절적, 일시적 요인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경기회복 흐름이 달라진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상반기처럼 가파른 회복이 힘들다는 건 분명하지만, 아직 정책 기조를 바꿀 정도로 경기 회복세에 변화가 있다고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가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흐름으로 봐서는 8월 전후를 해서 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특히 재고증가율이 출하증가율을 3개월째 웃돌고 있어 향후 재고 증가에 따른 생산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업과 개인들의 체감경기는 이미 급격한 내리막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달보다 6포인트 하락한 92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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