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노동당 3차 대표자회에서 30년만의 인사 물갈이를 통해 신구 세대교체와 세력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군부에서 ‘리영호(67)의 부상, 오극렬(79)의 퇴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평균연령 73.4세인 당 정치국 위원들의 면면에서 보듯 20대 김정은에게 충성할 70, 80대 ‘김정일의 사람들’의 포진도 여전했다.
일단 ‘군의 실세 중 실세’로 떠오른 리영호는 세대 교체의 대표적 사례다. 그는 신설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은 물론 정치국 위원을 거치지 않고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직행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공개한 당 요직 인선에서 약진한 최룡해(60), 김양건(68)도 60대다. 최룡해는 특히 정치국 후보위원, 비서국 비서, 당중앙군사위 위원 등 ‘3관왕’을 차지했다.
반면 70대 군부 실력자인 오극렬(79)과 김영춘(74)은 2선으로 물러났다. 오극렬은 정치국 상무위원은커녕 당 중앙위(124명)의 일개 위원에 들어가는데 그쳤다. 김영춘도 정치국 위원에 이름을 올렸지만 군 경력상 한참 후배인 리영호에 추월당했다. 80대의 인민군 원수인 리을설(89)에겐 아무런 당직도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새로운 인물들로 진용을 짜면서도 적지 않은 과거 세력을 그대로 남겨뒀다. 북한의 ‘혁명 최고 참모부’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대표적이다.
정치국 위원(정원 32명) 연령대를 보면 60대가 12명, 70대가 9명, 80대가 10명이다. 50대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오른팔로 분류되는 문경덕(53) 당 비서뿐이다. 상무위원을 포함한 정치국 정위원 17명의 평균연령은 77.5세에 달한다. 특히 12명으로 확대된 정치국 위원은 김경희(64)를 제외하고는 모두 70, 80대다.
특히 개혁 개방 성향인사 중에는 박봉주 전 내각 총리와 그의 측근인 김영호 전 내각 사무국장 정도만 당 중앙위 후보위원(105명)에 이름을 올린 정도였다. 북한이 개혁 개방을 주도할 젊은 기술 관료보다는 김정은에게 충성할 인사를 중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0대 인물들 역시 세대교체의 의미보다 김일성과 김정일 측근의 2세 그룹이 부상한 측면이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30일 “급격한 세대교체보다는 힘의 분산을 통해 노년 장년 청년세대 모두에서 지지기반이 불안정한 김정은의 후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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