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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길 걷기] (10) 칠족령ㆍ하늘벽유리다리 능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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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길 걷기] (10) 칠족령ㆍ하늘벽유리다리 능선길

입력
2010.09.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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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답사길, 함께 아리수길 걷기 코스를 찾아 나서는 승우여행사 이종승 사장의 얼굴이 유난히 상기됐다. 그는 “지금까지의 동강의 모습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될 겁니다”라고 했다. 단 이번 아리수길은 조금 힘이 든단다. 아름다운 절경을 위에서 굽어보기 위해선 산을 제법 타야 하기 때문이다.

아리수길 10코스의 발길이 닿는 곳은 강원 정선군 신동읍의 덕천리 일대. 동강이 백운산(882m)자락을 만나 가장 급하게 물돌이를 치는 곳이다. 동강의 물길이 크게 휘돌아 흐르는 물돌이 마을 앞에는 언제나 거대한 절벽인 뼝대가 서있다. 뼝대와 물돌이 마을의 너른 들판은 쉼없이 파고드는 물길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물은 산을 파고 들어 거대한 절벽을 만들었고, 그곳에서 떨어져 나온 돌과 흙이 강물에 실려와 쌓인 곳이 물돌이 땅이다. 물돌이가 더 급하게 휘도는 곳에선 뼝대도 더 높게 하늘로 솟구쳤다.

제장마을 나무 그늘에 차를 대고 산행을 시작했다. 뒤돌아 보니 마을 앞 강물 너머 거대한 절벽이 우뚝 서있다. 거무튀튀한 절벽 여기저기엔 작은 구멍들이 뚫려있다. 주민들 이야기론 구멍마다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고 한다.

불현듯 그 커다란 절벽이 캔버스처럼 보였다. 제장마을 주민들이 매일 자신의 그리움을 그려대는 그림장 말이다. 서울 간 아들을 그릴까, 산 너머 시집간 딸을 그릴까. 이 마을에 시집온 외국인 신부는 이역만리 고향 땅 부모형제를 그리겠지. 매일 아침 물안개 피어올라 그 그림들을 지워내면, 그들은 또 다른 그림을 그릴 것이다. 그 그리움을 그리고 지운 자국들로 절벽은 저리도 거뭇하게 물들어가나 보다.

마을 고샅의 밤나무엔 알밤이 주렁주렁 열렸다. 그새 가을이 토실토실 익고 있었다. 마을을 지나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들었다. 다행히 숲이 우거져 가을볕을 피할 수 있었다. 뜨겁진 않지만 따가운 가을 햇살. 그 햇살에 벼는 누렇게 뜸을 들이고, 사과와 감은 진한 색을 뽑아낸다.

길은 조금씩 경사가 높아졌다. 한 숨 돌릴 즈음 삼거리에 이르렀다. 오른쪽으로 가면 백운산이고 왼쪽으로 가면 칠족령이란다. 아리수길의 방향은 칠족령 쪽이다.

땅만 바라보고 올라가길 얼마나 지났을까. 영험한 자태의 커다란 나무가 길을 막아섰다. 수백년 이상 됐음직한 음나무가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나무를 빙둘러 돌들이 쌓여있다. 이 성황나무가 있는 곳이 칠족령이다. 옛날 이 고개 아래에 옻칠을 하던 집이 있었다. 그 집 개가 옻칠을 하고는 도망을 갔는데 칠 자국을 따라 올라가 보니 지금의 칠족령 고갯길을 알게 됐다고 전해진다. 옻 칠(漆)자와 발 족(足)자가 고개 이름이 된 사연이다. 칠족령 고개 너머엔 평창군에 속한 문희마을이 있다. 이곳 주민들이 신동이나 정선으로 장을 보기 위해 넘나들던 고개가 이 칠족령이다.

고갯마루는 벼랑 끝에 붙어있다. 성황나무 바로 옆에 동강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사행천 동강의 동강스러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뷰포인트다. 눈 앞에서 물줄기는 도대체 몇 번이나 굽어 흐르는 걸까. 강물의 휘어짐이 신비롭다. S자로 훑고, 팔괘를 그리며 돌아나간다. 분명 산자락 한가운데 섰는데 사방이 물줄기다. 마치 강물에 포위된 형국이다. 깎아지른 검은 벼랑과 그 위로 초록의 가지를 늘어뜨린 소나무. 강물은 도도했고 마을은 고요했다.

제장마을 물돌이는 곧 반대편 소사마을 물돌이와 만나고, 다시 연포마을 물돌이에게 바통을 넘겨준다. 산줄기와 산줄기가 손가락 깍지를 끼운듯 엮여 있다.

칠족령 정상부터는 뼝대의 날카로운 능선을 타고 길이 이어진다. 연포마을로 향하는 산길이다. 칠족령을 떠나 물길 바로 위 절벽의 끝을 타고 걷는다. 누군지 수고스럽게 길을 잘 내놨다. 하지만 행여 실수라도 하면 벼랑으로 추락할 수 있으니 발걸음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야 한다.

연포마을로 내려가는 뼝대 능선길. 날카로운 칼날의 능선을 걷는다. 가슴을 베일만큼 황홀한 풍경과 함께 하는 길이다. 왼쪽 겨드랑이 밑으로 흐른 물줄기가 저 앞 연포마을을 휘돌아가더니 어느새 내 몸 오른쪽 산기슭 옆을 스쳐 흘러간다. 한 능선에서 2개의 물줄기를 끼고 걷는다.

오르락 내리락 벼랑을 따라 걷는 길이 편치는 않다. 한참 땀을 뺀 뒤 벼랑에 걸려있는 다리를 만났다. 정선군이 동강의 수면에서 105m 위 벼랑에 설치한 하늘벽유리다리다. 13m 길이의 유리다리는 벼랑의 일부 끊어진 구간을 잇는다. 다리 위에서 유리 발판 밑을 쳐다보면 아찔하다. 천길 낭떠러지의 공중에 선 느낌이다.

하늘벽유리다리를 지나 능선길을 따라 계속 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목적지인 연포마을이다. 10코스의 시작점인 제장마을과 어찌 그리도 비슷할까. 강물을 건너는 다리도, 같은 크기의 물돌이도, 비슷한 높이의 절벽까지 쌍둥이 같다. 마을 안 옛 연포분교 자리는 영화 ‘선생 김봉두’가 촬영됐던 곳이? 운동장 한쪽의 학교 연혁비에는 1999년 폐교할 때까지 30년 동안 169명이 졸업했다고 쓰여있다. 어림잡아 1년 평균 5, 6명 꼴이다. 강이 틀어막고 산이 감싸 안은 오지 중의 오지임을 졸업생 숫자가 일러주고 있다.

정선=글ㆍ사진

■ 여행수첩

아리수길 10코스는 강원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제장마을에서 시작해 칠족령 전망대를 지나 뼝대 능선을 따라 걷다가 하늘벽유리다리를 거쳐 연포마을로 내려온다. 산행 시간은 1시간30분~2시간 가량 걸린다. 제장마을까지는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나와 5번 국도를 거쳐 38번 국도로 갈아타고 영월읍을 지나 신동까지 간 후, 동강길을 따라 정선읍 방향으로 가다 보면 제장마을 입구를 만난다. 승우여행사는 9, 10일 출발하는 아리수길 걷기(10코스) 참가자를 모집한다. 오전 7시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당일로 다녀오는 일정이다. 참가비 4만5,000원. 교통비, 점심식사 등이 포함됐다. (02)720-8311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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