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주는 최고의 영예인 골든볼, 골든 부트, 우승컵 등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차지한 ‘작은 영웅’은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아니 ‘여왕별’ 여민지(17ㆍ함안대산고 2)는 한국을 넘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지난 8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50여일 만에 돌아와보니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선 여민지. 하지만 그는 대한축구협회가 지급하는 포상금이 확정되자 뛸 듯이 기뻐하고, 편지를 거부당한 분함을 되새기며 머리를 예쁘게 기르고 싶은 순수함을 간직한 17세 소녀였다. ‘제2의 고향’ 경남 함안에서 카 퍼레이드까지 할 정도로 뜨거운 환영을 받은 여민지를 30일 모교 함안대산고 운동장에서 만났다.
(지)소연 언니에게 배운 ‘매스컴 대응법’
이날 여민지는 함안군에서 마련해준 카 퍼레이드 환대를 받았다. 함안공설운동장에서 시작된 카 퍼레이드는 함안군청까지 30분여 동안 진행됐다. ‘작은 영웅’을 위한 성대한 환영식에는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어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심지어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축하사에서 “도지사 취임 때보다 더 많은 취재진이 온 것 같다”는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6권이나 되는 여민지의 축구일지까지 온 천하에 공개돼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민지는 “원래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가 공개해버렸다. 숨기고 싶은 건 굳이 없었지만 그래도 17세 소녀의 일기”라며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일기로 인해서 주목을 받는 등 플러스가 된 것 같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스타 여민지는 매스컴에 대처하는 대응법도 지소연(한양여대)에게 배웠다. 그는 “(지)소연 언니가 폭발적인 인터뷰 주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매스컴으로 인해 해이해질 수 있으니 음식 잘 챙겨 먹고 몸 관리를 잘하라고 당부했다. 또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고 고마워했다.
편지 거부당한 에피소드와 콤플렉스
예쁜 것에 대한 동경이 많은 나이인 만큼 소녀 여민지도 ‘귀여운 친구’를 좋아한다. 이 같은 여민지의 성격은 급기야 독일 선수에게 편지까지 쓰게끔 만들었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만난 독일의 레나 로첸의 귀여운 외모가 마음에 든 여민지는 한글로 편지를 쓴 뒤 ‘영어 작문’을 코치에게 부탁했다. 편지를 건넨 여민지는 답장을 받지 못했다. 그는 “다혜와 함께 독일 선수와 친구하고 싶은 마음에 편지를 줬는데 답장을 못 받았다.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답장을 못 받은 것 때문인지 독일이 4강에서 떨어진 뒤 ‘꼬시다(샘통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소를 보였다.
대표팀에서 이유나(강일여고)가 머리를 위로 묶는 일명 ‘똥머리’로 인기를 끌자 여민지도 ‘똥머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똥머리를 하면 축구할 때도 아무런 지장이 없고 예쁘게 공을 차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며 “지금은 짧은 머리가 맘에 들지만 언젠가는 머리를 길러 예쁘게 치장하고 싶다”고 수줍어했다.
FIFA 행정가 꿈 위해 영어 ‘열공 모드’
여민지는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꿈이 생겼다. 축구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한 뒤 하고픈 ‘꿈’이다. FIFA 행정가로서 세계를 누비는 모습이다. 그는 “외국 선수들과 대화하고 싶었는데 영어가 짧아서 아쉬웠다. 평소에 운동과 영어를 병행했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한국에 돌아온 뒤 이미 어머니에게 개인 과외를 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의욕을 보였다. 여민지는 장학금의 용처를 자기 계발을 위해 ‘영어 학습’에 쓰고 싶다는 뜻이었다.
여민지가 영어 ‘열공 모드’를 선언한 건 FIFA 행정가가 되고 싶다는 꿈 때문이기도 하다. 축구뿐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하는 ‘이상적인 축구 선수’를 좇고 있는 셈이다. 그는 “영어를 하면 나중에 해외 진출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해외 진출에 대한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최고의 골잡이를 향한 ‘청개구리 축구’
세계를 정복한 여민지는 개인 최고의 영예인 골든볼과 골든 부트를 수상한 것에 대해 순간적인 만족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우승하고 최우수선수상을 받는 등 이번 대회에서 좋은 플레이를 한 것 대해서 개인적으로 기쁘고 칭찬해주고 싶다. 하지만 우승은 우승이고 이제는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혈액형이 O형인 여민지는 자신을 ‘완벽주의자’로 칭하며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그는 “완벽하다고 느끼며 만족할 수 있을 때가 올지 모르겠다. 그만큼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다. 완벽해질 수 있도록 계속漫?노력할 생각”이라며 축구화 끈을 다시 동여 맸다.
욕심이 많은 여민지에게 추구하는 축구를 물으니 ‘청개구리’라는 다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김은정 감독님이 항상 청개구리처럼 축구하라고 말한다. 청개구리처럼 수비수들이 생각하는 반대로 플레이를 한다면 좋은 공격수가 되는 길이 아니겠는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동경하는 그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기간 중에서도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챙겨봤다고 털어놓았다. 20세 이하, 성인대표팀에서도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여자 메시’ 여민지의 미래가 기대된다.
함안=글ㆍ사진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