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재송신 문제를 놓고 갈등 중인 방송 3사와 케이블TV 업계는 어느 선에서 접점을 찾게 될까.
28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로 한 자리에 모인 양쪽은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케이블TV협회는 29일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의 입장 변경이나 명확한 제도 개선이 없는 한 케이블TV 방송사들의 결단이 번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광고방송 송출 중단의 위법성 시비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상파 송출 중단은 양쪽 모두에게 손해일 수밖에 없고, 사업 재허가권을 가진 방통위의 강력한 압박이 계속되고 있어 향후 마련될 절충점의 윤곽에 관심이 쏠린다.
케이블 방송의 역사가 긴 해외에서는 대부분 재송신과 관련한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케이블TV 사업자에게 공영방송을 재송신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지상파 콘텐츠가 가진 성격과 위상에 따라 보상의 주체와 대상이 다르다. 지상파 콘텐츠가 우리나라처럼 킬러 콘텐츠인 영국에서는 케이블TV가 지상파 방송사에 대가를 지불한다. 반대로 독일에서는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TV에 재송신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한다. 의무 재송신을 채널의 자유로운 운용이라는 사적 영역에 제한을 가하는 조치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의무 재송신의 범위를 케이블뿐 아니라 IPTV나 3G 휴대전화로까지 확대했고, 대가를 지불해야 할 의무자는 경우에 따라 뒤바뀐다. 유럽에서는 최근 위성TV, IPTV 등 플랫폼이 다양화하면서 '의무 재송신(must-carry)'보다 '의무 제공(must-offer)' 제도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콘텐츠)가 하드웨어(방송 매체)보다 우월한 지위에 올라섬으로써, 뉴미디어 업체가 오히려 의무적인 재송신 제도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특정 채널에 대한 의무재송신 제도 대신 난시청 지역 거주 주민들의 지상파 방송 접근권 보장을 위해 케이블TV 사업자에게 권역별로 재송신 의무를 부과한다. 각각 난시청 해소와 콘텐츠 확보라는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제도로, 비슷한 방송 환경을 지닌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사례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위상이 두어 번 역전됐는데, 그때마다 의무 재송신 제도로 탄력적으로 적용해 왔다.
방통위 손승현 뉴미디어정책과장은 "나라마다 방송의 역사와 환경이 다르고, 우리나라는 공영방송의 콘텐츠가 상업적으로도 위력을 지니는 독특한 상황"이라며 "어느 한 나라 사례를 모델로 삼기 보다 여러 제도를 참조해 적합한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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