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점점 환율전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미국에 이어 브라질,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까지도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물론 나라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지만,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크든 작든 환율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역사적인 서울 정상회의가 어떻게든 환율전쟁의 장이 되는 것은 막고 싶은 것이 우리나라의 속내지만, 상황은 별로 우호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미ㆍ중 동시 공격하는 브라질
엔히케 메이렐레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일부 국가들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시정돼야 할 심각한 통화 문제가 있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특히 메이렐레스 총재는 “다가오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에 관해 협의가 이뤄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귀도 만테가 재무장관도 “세계는 지금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브라질도 필요할 경우 헤알화의 지나친 절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브라질은 작년 10월부터 자국 주식과 채권시장에 들어오는 해외자본에 2%의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규제에 나서는 등 환율방어에 상당히 적극성을 보여왔다.
브라질이 이처럼 환율 문제를 G20 정상회의로 끌고 가려는 것은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공격하면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것. 달러화 약세 정책을 펴는 미국을 향해 칼끝을 겨누면서도 동시에 경쟁국인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이끌어 내려는 점에서는 미국과 보조를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자원대국이자 부상하는 남미경제권을 대표하는 브라질의 이 같은 태도는 서울정상회담 분위기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환율전쟁 피하기 힘든 G20 정상회의
로이터통신은 최근 “서울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위안화 문제를 부각시키겠다는 미국의 계획이 혼자만의 외침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G20 회원국들의 반응이 미국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미국이 원하는 것처럼 중국 위안화 문제만 별도로 거론되긴 힘들다 해도, 점차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환율전쟁 자체가 이슈화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전쟁이 발발할 위험성은 낮지만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경기하강을 초래할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며 “다음 달 초순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ㆍ세계은행 연차총회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가 중점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에 공을 들여 온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난감한 처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금의 환율전쟁은 모든 국가들이 저마다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에는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겠다는 이기적인 태도가 맞부딪친 결과”라며 “가급적 G20 정상회의가 환율전쟁터로 변질되지 않길 기대하지만, 지금처럼 환율전쟁이 격화된다면 피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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